정세영 체육부 차장

프로야구는 참 묘한 스포츠다. 우승하는 팀도 자주 진다. 실제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에서 우승 기준으로 자주 거론되는 숫자는 승률 6할이다. 지난해 LG는 승률 0.603으로 정규리그 1위에 올랐고, 2024년 KIA도 0.613으로 가장 높은 자리에 섰다.

물론 6할이 꼭 우승의 절대 조건은 아니다. 전력이 비슷하고 상위권 경쟁이 치열할수록 우승팀의 승률은 오히려 낮아질 수 있다. 2021년 KT는 승률 0.564로 정규리그 정상에 섰고, 당시 삼성과는 정규리그 1위 자리를 놓고 타이브레이크까지 치렀다.

결국, 우승하는 팀도 10번 경기하면 4번쯤은 질 만큼, 패배가 많은 종목이다. 시즌도 길다. 월요일을 빼면 거의 매일 경기를 하고, 정규리그만 144경기다. 그래서 야구팬의 마음은 늘 바쁘다. 주변에서 “야구팬들은 왜 이렇게 화가 많으냐”는 말을 듣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루 이기면 기분이 한껏 올라가고, 다음 날 지면 바로 속이 상한다. 우승팀도 자주 지는 스포츠이니, 팬들의 마음이 한 경기 결과에 크게 흔들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런데 개막 시리즈가 끝나고 불과 5경기 안팎을 치렀을 뿐인데 벌써부터 곳곳에서 일희일비가 시작됐다. “우리 팀 전력이 이 정도는 아닌데”라는 아쉬움이 나오고, “올해는 정말 해볼 만하다”는 기대도 터져 나온다. 늘 그랬듯 개막 초반은 모든 팀이 아직 꿈을 꿀 수 있는 시간이다. 전력이 생각보다 좋아 보이기도 하고, 기대했던 선수가 힘을 내는 것 같기도 하다. 팬들은 그 짧은 시간 안에 저마다의 가능성을 키운다. 봄의 야구가 유난히 들뜨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직 무너진 팀은 없고, 아직 포기할 팀도 없다.

특히, 올해는 더 그렇다. 현장에선 키움을 제외한 9개 구단이 저마다 1위를 꿈꿀 수 있는 구조라는 평가도 나온다. 34년 동안 우승 트로피를 들지 못한 롯데는 긴 기다림을 끝내고 싶어 한다. 지난해 정상 문턱에서 멈춘 한화는 다시 한 번 이를 악물었다. 사령탑을 바꾸고 다시 일어서겠다고 다짐한 두산도 분위기를 바꾸는 데 나섰다. 각자의 사연은 다르지만, 방향은 같다. 모두가 우승을 원한다. 그래서 지금의 봄은 더 뜨겁고, 더 간절하다.

스포츠의 매력은 현실을 잠시 잊게 하면서도 내일을 기대하게 만든다는 데 있다. 요즘엔 밝은 뉴스보다 답답한 뉴스가 더 많다. 중동 전쟁의 그림자는 길고, 높은 유가는 일상의 무게를 더 무겁게 만든다. 하루하루를 버티는 일만으로도 벅찬 사람이 적지 않다.

프로야구는 때론 단순한 오락을 넘어 위로가 된다. 이처럼 팍팍한 시기일수록 사람들은 더 자주, 더 깊이 자신이 사랑하는 팀에 마음을 건다. 어쩌면 팬들이 팀을 응원하는 마음은 자기 삶을 응원하는 마음과도 닮아 있다. 프로야구 10개 구단 가운데 가을의 무대에 설 수 있는 팀은 단 5팀뿐이다. 하지만 시즌 초반만큼은 모든 야구팬이 같은 출발선에 선다. 결과를 아직 모르기 때문에 오히려 더 간절한 마음으로 희망할 수 있는 시간이다.

아직은 모든 팀의 시간이 살아 있다. 모든 팬이 우승의 꿈을 말할 수 있는 시기가 바로 지금이다. 이번 봄, 야구팬들의 기대와 설렘이 10월 포스트시즌까지 오래 이어지기를 바란다.

정세영 체육부 차장
정세영 체육부 차장
정세영 기자
정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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