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숙 논설위원

 

이란·우크라·베네수 곳곳에서

美 첨단 군사패권 새삼 재확인

국방혁신 ‘유닛X’ 10년의 성과

 

AI 활용 우주작전 압도적 최강

미사일 발사 포착해 즉시 파괴

SAR 위성 등 협력 확대 시급

미국과 이란의 전쟁은 AI 기술이 전방위로 활용된 역사상 최초의 전쟁이다. 미군은 빅테크 팔란티어와 앤스로픽이 개발한 AI 모델을 이란 공습과 이란군의 미사일 발사 추적·요격에 활용했다. 2·28 공습 첫날 1000여 개 목표물 타격을 개시하며 이란 수뇌부 제거에 성공한 것은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작전한 덕분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구체적 계획 없이 전쟁을 시작했다는 비판이 많지만, 그의 즉흥성·독단성 때문에 전장(戰場)에서 확인된 미국의 첨단 군사력이 과소평가돼선 안 된다.

새해 초 전격적으로 이뤄진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작전과 이란 전쟁에서 드러난 미군의 군사력은 21세기가 여전히 미국의 군사패권 시대임을 보여준다. 미국은 정치적 내전 상태인 데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혼란상도 심각하지만, AI 기술로 무장한 최강의 군을 갖고 있다는 게 거듭 확인됐다. 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탱크 등 핵심 장비가 도로에 뒤엉키는 바람에 키이우 장악 모멘텀을 놓치고 전쟁 수렁에 빠진 러시아군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미국의 국방 혁신은 버락 오바마 2기 행정부 말기 때 시작됐다. 2016년 애슈턴 카터 국방부 장관은 이라크 전쟁 후 매너리즘에 빠진 국방부 개혁을 위해 실리콘밸리에 문을 두드렸다. 국방혁신위원회를 조직, 에릭 슈미트 전 구글 회장에게 맡겼다. 국방혁신단 ‘유닛 X’를 신설해 실리콘밸리의 역량으로 전투 현장의 아날로그적 관행을 바꿨다. 그 결과, 첨단기술이 미군의 작전과 훈련, 무기체계 전반에 접맥됐다.

당시는 북한 김정은이 ‘화성-13형’ 등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및 4·5차 핵실험에 주력했던 시기다. ‘유닛 X’는 북한 미사일을 발사 전에 무력화하기 위해 이동식 미사일발사대를 감시하는 고성능 영상 레이더(SAR) 위성 개발부터 시작했다. 관련 비화를 담은 책 ‘실리콘밸리와 펜타곤의 비밀전략실 유닛 X’(크리스토퍼 키르히호프·라지 샤 공저)에는 ‘북한 핵미사일을 발사 전 탐지·요격하는 기술을 확보하라는 게 오바마 대통령의 특명이었다’고 기술됐다.

SAR 위성은 러·우 전쟁 때 상용화한 데 이어 이란 전쟁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미 중부사령부는 이란군이 이동식 발사대의 미사일 발사 버튼을 누르는 순간 열기류와 적외선 신호를 위성으로 포착해 타격하는 식으로 미사일 발사대를 80% 이상 무력화했다. “이란군이 미사일 발사 버튼을 누른 뒤 15∼20초는 죽음의 시간”이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오바마 행정부의 국방 혁신 10년 만에 미군은 AI 모델을 활용해 우주 기반 작전을 하면서 천하무적이 된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막기 위해 감시·정찰·요격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유엔에선 대북 제재를 밀어붙였고 한국엔 사드를 배치했다. 북한의 도발에 3중 방어막을 친 셈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미군은 SAR 위성을 이용해 빅데이터를 구축하면서 실리콘밸리와의 협업으로 AI 모델에 기반한 혁신적 군사작전을 펴는 군으로 거듭났다. 한국이 그 10년을 두 번의 보수 대통령 탄핵과 진보 대통령의 남북·미북 정상 대화 집착으로 허송세월하면서 국방 혁신 기회를 놓친 건 뼈아프다.

중국의 대만 침공이나 한반도 위기 땐 이란 전쟁 때 전면화한 첨단 국방 기술이 주도할 것이다. AI 모델에 따른 정밀 타격, 미사일의 발사 전 무력화, 드론 대 안티 드론전이 중심이 될 것이다. 북한은 드론전 경험까지 갖췄다. 이란 전쟁을 계기로 우리 군의 아날로그적 무기체계 등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 다행히 군은 지난해 말부터 대북 정찰용 SAR 위성 4기 등을 가동 중이다. 미군이 이란의 미사일을 발사 전 제거한 것처럼 북한의 이동식 미사일발사대 탐지·타격용 킬체인 강화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그러나 국방부가 올해를 “국방 AI 전환 원년으로 삼겠다”고 한 것을 보면 군의 AI 도입은 아직 갈 길이 먼 듯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어떤 상황에서도 누구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지킬 수 있어야 한다”며 자주국방을 얘기했지만, 이 상태로는 동맹 없이 홀로 북한 도발을 막기 어렵다. 군 시스템·무기체계에 AI 모델을 도입하고 첨단 군사 기술 관련 동맹 협력 틀도 강화해야 한다. 그게 전시 작전통제권 전환보다 급하다.

이미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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