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 대국민 연설과 부활절 행사 발언을 통해 유럽·한국·일본·중국 등을 적시하며 ‘호르무즈 해협 개방’에 직접 나서라고 밝힌 가운데, 2일 미국을 제외한 40여 개국이 이를 모색하는 논의를 시작했다. 같은 날 이란도 ‘인접국인 오만과 호르무즈 통행 규칙을 만들고 있다’는 입장을 공개했고, 아랍에미리트(UAE) 등 아랍 산유국들은 호르무즈 해협을 무력으로 개방하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추진하는 등 호르무즈 개방 문제가 외교 현안으로 급속히 떠올랐다.

영국의 이베트 쿠퍼 외교장관은 ‘호르무즈 개방’ 관련 외교장관 화상회의를 주재하고 “모든 범위의 외교적 경제적 수단과 압력의 집단 동원을 포함한 외교적 국제적 계획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전쟁이나 무력 동원을 배제한 모든 방안을 검토해보자는 취지다. 이 논의가 어디로 흘러갈지, 실효성 있는 합의를 도출할지 당장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항행의 자유’ 원칙 수호를 위한 연합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형성되기 시작했다. 쿠퍼 장관은 “해협을 열기 위해 이란에 조율된 메시지를 보내고, 해협 폐쇄 지속 시 이란 제재 등의 조치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적 설득과 경제 제재 병행을 시사한 셈이다.

미국을 대신해 영국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제1차 세계대전으로 오스만제국이 공중분해된 이후 오늘날 중동 질서를 설계한 주역인 데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이라는 점도 작용했을 것이다. 현재 중동 지역에 대한 한국의 이해관계는 영국 못지않게 중요하다.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70%, LNG의 20%가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들어온다. 이 지역이 불안정해지면 에너지 안보가 위협받게 된다. 더구나 건설을 넘어 방산 및 원전 수출 등이 말해주듯 한국과 중동 국가들과의 관계도 세계 어느 나라보다 특별하다. 당장 개선되기는 어렵겠지만, 한·이란 관계의 뿌리도 깊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종전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그와 별개로 호르무즈 해협 개방 논의는 진행될 게 확실하다. 이재명 정부는 주도적으로 참여해 국익을 지키고 외교 공간도 넓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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