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O 초반 ‘타고투저’ 양상… 타선 강세 언제까지
현재 리그전체 451득점 72홈런
작년 동기대비 득점·장타 높아
타자들 ABS 높은 볼 공략 연습
파울되던 타구가 장타로 바뀌어
공인구 반발계수 평균 0.4093
최근 5년동안 가장 낮은 수준
공은 멀쩡한데 왜 더 맞나.
2026 신한 쏠(SOL) KBO리그 초반 흐름이 예사롭지 않다. 지난달 28일 개막 후 8일 동안 40경기를 치른 6일 오전 기준 리그 전체 타율은 0.271이다. 40경기에서 72홈런, 451득점이 쏟아졌다. 지난해 비슷한 경기 수 성적은 타율 0.251, 69홈런, 386득점이었다. 모든 수치가 올해 더 높다. 특히 개막 후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린 팀도 12차례나 나왔다. 대표적인 ‘타고(打高)’ 시즌으로 꼽히는 2016년 같은 시점 성적(타율 0.263, 67홈런, 381득점)과 비교해도 올해가 더 강한 타격 흐름으로 출발했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장타력이다. 올해 개막 후 40경기를 치른 현재 장타율은 0.410으로, 지난해 같은 시점의 0.393과 2016년의 0.390을 모두 웃돈다. 이런 조짐은 이미 시범경기부터 나타났다. 올해 시범경기 전체 홈런 개수는 119개로 지난해 53개와 비교하면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시범경기 홈런이 세 자릿수를 기록한 건 역대 최다였던 2016년(140개) 이후 10년 만이다.
시범경기부터 홈런포가 잇달아 터지자 야구팬들 사이에 이른바 ‘탱탱볼 논란’이 들끓었다. 그러나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내놓은 올해 공인구 반발계수 평균 수치는 0.4093이다. 최근 5년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공이 아니라면 답은 다른 곳에 있다. 초반 타고투저 흐름의 첫 번째 단서는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S) 적응이다. 2024년 ABS가 도입된 뒤 타자들이 가장 고전한 영역은 높은 공이었다. 기존에는 볼로 판단하던 공이 스트라이크존에 걸리기 시작하면서, 타자들은 카운트 싸움에서 밀리거나 방어적으로 타석에 임하는 경우가 잦았다.
하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 지난 2월 5개 구단이 2차 캠프지로 택한 일본 오키나와에서 만난 한 코치는 “ABS 3년 차인 올해 선수들이 비시즌과 캠프 기간 동안 높은 공 공략에 많은 공을 들였다. 아주 극적인 변화까지는 아니더라도 선수들의 대처는 분명 달라질 것”이라고 귀띔했다. 실제 스트라이크존 9등분 가운데 상단 공략률은 지난해 0.265에서 올해 0.311로 크게 올랐다. 해당 구역 홈런 개수도 지난해 같은 기간 8개에서 올해 15개로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위쪽 3개 상단 구역에서 나온 홈런도 올해 24개로, 지난해 15개, 2024년 19개보다 많았다. 투수들이 ABS 시대의 무기로 삼았던 높은 코스를, 타자들이 읽고 대응하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두 번째는 준비 시점의 변화다. KBO는 비활동 기간을 기존 12월 1일∼1월 31일에서 1주일 앞당겼다. 그 결과 각 구단은 1월 마지막 주부터 스프링캠프에 들어갈 수 있게 됐다. 타자는 실전 타이밍을 앞당겨 끌어올릴 수 있고, 타격감은 한 번 올라오면 비교적 빠르게 경기력으로 연결된다. 반면 투수는 다르다. 투수는 단순히 몸만 빨리 만든다고 되는 자리가 아니다. 구속과 구위, 투구 수 관리까지 모두 루틴 안에서 올라와야 한다. KBO에 따르면, 올해 시범경기에서는 지난해보다 평균 구속이 3㎞ 정도 느렸다. 타자들은 빨리 올라왔지만 투수들은 아직 완전히 올라오지 못했다는 뜻이다. 초반 판세가 타선 쪽으로 기우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기후 조건도 빼놓을 수 없다. 올해 3∼4월은 벚꽃 개화 시기가 열흘이나 앞당겨질 정도로 따뜻했고, 시범경기 역시 60경기가 모두 열렸다. 2010년 이후 전산 기록상 시범경기 전 경기가 정상적으로 치러진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타자들이 충분한 실전을 통해 타격 리듬을 일찍 끌어올릴 수 있었던 배경이다. 이밖에 시즌 초반 각 팀 1∼2선발을 맡은 외국인 투수들의 부진, 그리고 각 팀 주력 투수들이 차출됐던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여파도 변수로 꼽힌다. 지금 수치가 강렬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곧바로 2026시즌 전체를 2016년식 타고투저 시즌으로 단정하기는 이르다. 현장 코치들 사이에서도 개막 초반 데이터만으로 결론을 내리기보다, 누적 지표를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선이 적지 않다. 실제로 2년 전에도 시즌 초반 타고투저 흐름이 두드러졌지만, 경기 수가 쌓이면서 지표는 점차 평균 수준에 가까워졌다. 투수들이 페이스를 끌어올리면 수치도 안정을 찾는 경우가 많았다.
정세영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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