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근의 검찰제도 개편은 단순한 사법제도의 부분적인 조정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가 권력구조 전반의 재편이라는 중대한 헌법적 함의가 있다. 특히, 행정부가 개편을 주도하고 입법부가 이를 강하게 뒷받침하는 방식으로 검찰 조직을 해체하는 수준의 구조적인 변화를 단행했다는 사실은, 법치주의의 작동 방식은 물론 삼권분립의 실질적인 기능에 근본적 의문을 제기한다.
몽테스키외는 ‘권력은 권력에 의해 견제돼야 한다’고 했지만, 우리의 현실은 그 반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 같은 제도 변화 속에서 베테랑 검사들의 대규모 사직 소식은 단순한 인사상의 변동이 아니라, 제도 개편에 대한 신뢰의 약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범죄 수사에 요구되는 전문성은 단순한 형식지(形式知)의 습득만으로 불충분하고 장기간에 걸쳐 쌓인 조직적 경험과 실무적 판단 능력에 크게 의존한다. 검찰청 폐지 이후 이러한 암묵지(暗默知)가 신설 기관에 원활히 전승될 수 있을지 걱정된다. 특히, 이러한 우려는 경제범죄 영역에서 더욱 심각한 양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경제범죄는 일반 형사범죄와 달리 고도의 전문성과 장기간에 걸친 수사 경험의 축적, 나아가 기업 지배구조 및 금융·회계 시스템에 대한 심층적 이해를 전제로 한다.
검찰 조직의 급격한 재편과 숙련된 인력의 대규모 이탈에 따른 우려는 단순히 범죄 적발의 실패에만 연결되는 게 아니다. 기업 활동의 복잡한 맥락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형식적 기준에 의존한 법 적용이 된다면 과거엔 합리적 경영 판단 또는 정당한 거래로 평가됐을 사안들까지도 과도하게 형사법적 평가 대상으로 포섭되는 ‘과잉 범죄화’의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즉, 숙련된 수사 인력의 이탈과 조직적 연속성의 단절은 수사의 정밀도를 떨어뜨려 실질적으로는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 사안까지도 무분별하게 사법처리의 영역으로 편입시키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그 결과 경제범죄에 대한 적발 가능성이 작아지는 동시에 역설적으로 정상적인 기업 활동이 범죄로 오인될 위험성이 증가하는 ‘이중적 불확실성’이 확산될 수 있다. 이는 곧 범죄 억지력의 약화와 사법 리스크의 예측 가능성 추락이라는 이중의 부담으로 귀결된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시장 전체의 신뢰 기반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이다. 회사법과 자본시장법의 핵심은 궁극적으로 정보의 신뢰성과 거래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데 있다. 이는 투자자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하는 전제 조건이다.
그러나 경제범죄에 대한 효과적 통제가 이뤄지지 않거나, 정상적인 경영 활동이 과도하게 형사 리스크에 계속 노출된다면 투자자들은 기업이 제공하는 정보뿐 아니라 법 집행 시스템 자체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신뢰의 훼손은 결국 자본비용의 상승이라는 경제적 비용으로 전가되며, 이는 개별 기업을 넘어 시장 전체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위험성이 있다.
특히, 권력 통제의 균형이 붕괴되고 경제범죄에 대한 변별력이 상실되는 상황이 고착화한다면 그 파급효과는 형사사법 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자본시장과 기업 생태계 전반을 흔들어 놓을 수 있다. 이야말로 삼권분립의 훼손이 초래한 나비효과여서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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