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도권 영어마을 속속 폐쇄
외국인 강사 교육 수준 떨어지고
고가 숙박형 프로그램도 수요 뚝
서울 관악·수유·풍납 운영 종료
평생교육원 캠퍼스 등 용도변경
인천, 공교육 강화 차원으로 중단
이승주 기자, 인천=지건태·안산=박성훈 기자
2000년대 중반 서울시와 경기도, 인천시 등 수도권 지방자치단체가 경쟁적으로 조성했던 영어마을이 인기를 잃어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영어교육 열풍은 여전하지만, 지자체 영어마을의 경우 비용도 비교적 고가인데다 사설 학원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고, 방학을 활용한 숙박형 프로그램도 아예 외국으로 단기 연수를 보내는 흐름에 밀려 수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지자체들은 영어마을을 미래교육이나 평생교육 기관으로 전환하거나, 아예 문을 닫고 활용 방안을 찾고 있다.
6일 서울시와 경기도 등에 따르면, 각 지자체는 영어마을 운영을 중단하고, 사용되던 부지를 새롭게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추진 중이다.
실제 서울시는 코로나19 이후 운영이 중단된 영어마을 수유캠퍼스의 활용전략 구상 연구용역을 추진할 방침이다. 당초 서울시는 이곳에 정원 등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자치구와의 이견으로 확정하지 못했다.
서울에는 관악·수유·풍납캠퍼스 등 3개 영어마을이 있었으나, 관악캠퍼스의 경우 여가 지원시설로 바뀌었다가 현재는 평생교육원 ‘다시 가는 캠퍼스’로 전환됐다. 풍납캠퍼스는 수유캠퍼스와 마찬가지로 현재 문을 닫은 상태다. 서울시와 송파구는 체육시설 등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풍납동은 토성 일대가 문화유산 보존·관리 구역인 탓에 그마저 국가유산청의 반대에 부딪힌 실정이다.
경기도의 3개 영어마을 가운데 파주와 양평 시설은 경기미래교육 파주캠퍼스와 양평캠퍼스로 각각 전환됐다. 영어교육도 계속하긴 하지만 인공지능(AI) 교육, 창의과학키움체험센터 운영 등 미래교육 병행 공간으로 변모했다. 나머지 안산 영어마을도 지난 2012년에 운영이 종료된 후 연수원 등으로 활용되다 현재는 부지 활용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인천은 2024년도까지 민간에 위탁해 운영하던 영어마을을 공교육 강화 차원에서 중단했다. 향후 운영을 재개할 계획도 없고, 관련 예산도 아예 저소득층 지원 예산으로 돌렸다.
전문가들은 지자체들이 앞다퉈 영어마을을 지으면서도 정작 교육의 질에 신경 쓰지 못한 것을 영어마을이 외면받게 된 원인으로 보고 있다. 대표적인 게 원어민 강사의 자질 논란이다. 외국인이 국내에서 영어강사로 일하려면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국가 출신으로, 학사 이상 학위와 교육 관련 자격증을 갖춰야 하는데 무자격 원어민 강사가 수업을 하다가 적발되는 사례가 반복됐다. 한 영어교육 전문가는 “영어교육에 대한 뚜렷한 청사진 없이 시설부터 짓기 시작한 게 영어마을 실패의 근본 원인”이라며 “교육청이 아닌 지자체가 나서다 보니 애초에 교육적 효과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승주 기자, 지건태 기자, 박성훈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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