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민 경제부 차장
현 정부의 서울·수도권 아파트 가격 붙들기는 지금까지 성공적이다. 정책 기조는 이전 노무현·문재인 정부와 동일했지만, 접근 방식은 달랐다. 최종 책임자인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SNS를 통해 다주택자를 겨냥하는 한편, 방송 생중계되는 국무회의 석상에서 정책 시행을 주저하는 장관을 질책하는 모습까지 국민에게 여과 없이 보여줬다. 이에 강남 아파트 가격은 지난달부터 거짓말처럼 떨어지기 시작했다. ‘부동산 심리전’이란 전투에서 이재명 정부가 1점을 먼저 올린 상황이다.
이 대통령은 아마도 ‘부동산은 심리다’라는 명제를 가장 잘 이용한 사례로 기록될지도 모른다. 이 말은 아무리 정부가 규제해도 ‘집값은 결국 오른다’는 통념에서 나왔다. 지금까지 단기 대출 규제나 세금 강화도 다주택자들의 ‘버티기’를 이기진 못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이런 심리를 집요하게 공격했다. “정부를 이기는 시장은 없다”라는 발언과 함께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를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으며, 예정대로 5월부터 종료하겠다고 SNS를 통해 공식화했다. 공시가격을 통해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가중하는 한편, 지난해부터 강화된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규제는 올해 다주택자들에 대한 대출 만기연장을 중단하는 조치 등으로 한층 더 수위를 높였다. 여기에 ‘과거 정부들의 과도한 규제 조치가 풍선효과·부작용을 가져왔다’고 우려하는 언론까지 망국적 투기를 편든다며 비판했다. ‘이번 정부도 마찬가지겠지’라고 버티던 다주택자들은 이전에 볼 수 없던 대통령의 폭풍 같은 압박(?)에 쥐고 있던 아파트를 내놓기에 이르렀다.
사실 부동산을 둘러싼 정부와 시장 간의 전쟁은 단기전이 아니다. 주택정책의 궁극적 목표는 국민이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권리를 누리도록 하는 것이고, 집값 안정은 이런 목표 도달 과정의 한 부분이다. 자산으로서 집의 가치를 부정해선 안 되지만 과도함은 막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그런 측면에서 지금 이 대통령의 심리전은 과도함을 막는 데는 성공했지만, 국민의 주거권을 보장하는 데는 다소 부족한 측면이 있다.
국토교통부가 실시한 2024년도 주거실태조사(2025년 11월 발표)는 정부가 정책의 무게를 어디에 둬야 할지 말해준다. 조사에 따르면 ‘주택 보유를 선호한다’는 응답이 대상자의 86.8%에 달했다. 이 수치는 여전히 국민의 주택 보유 욕구가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주목할 점은, 당시 조사에서 청년(19∼34세)의 자가점유율이 14.6%에서 12.2%로, 주거 안정성이 악화했다는 것이다. 청년 가구의 최저주거기준 미달 비율도 상승했고, 고시원 등 주택 이외의 거처에 거주하는 비율도 높았다.
이런 점을 고려해 정부는 이제 청년들을 위한 정책으로 주택정책을 짜야 한다. 서울 아파트 가격의 일시적 하락을 현 정부의 최종 성과로 착각해선 안 된다. 20·30세대도 수도권에 내 집 소유가 가능하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주택 공급을 실현해야 한다. 이 대통령이 가격뿐만 아니라 공급 전투에서도 성과를 거둬, 지루하게 이어지던 이 부동산 전쟁에서 최종 승자가 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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