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남석 사회부장

 

與 검찰개혁 논쟁 강경파 완승

검수완박에 ‘경찰의 시간’ 출현

경찰, 정의구현 중추기관 부상

 

능력·의지 실종된 與 의원 수사

늑장·봐주기 수사로 신뢰 상실

경찰이 두려워할 것은 국민뿐

지난달 24일 공소청법과 중대범죄수사청조직·운영법이 이재명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를 거쳐 공식 제정됨으로써 분명하게 확인된 사실이 있다. 검찰개혁 방법을 둘러싼 여권 내부 논쟁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파, 즉 경찰과 중수청에 대한 검사의 견제 장치를 모두 없애겠다던 강경파의 완승으로 끝났다는 점이다. “빈대 잡겠다고 초가삼간 태울 수는 없다”며 수위 조절을 주문한 이 대통령의 발언은 립서비스로 끝날 가능성이 커졌다. 최후의 보루로서 검찰의 보완수사권과 전건송치(경찰이 수사한 모든 사건을 검찰에 넘기도록 함)가 쟁점으로 남았지만, 이 역시 이미 물 건너갔다는 푸념이 들린다. ‘일단 검수완박으로 가고, 문제가 생기면 그때 고치면 된다’는 강경파의 무책임한 모험주의가 경찰에 최소한의 견제 장치는 둬야 한다는 합리적 목소리를 압도하고 있다.

그 결과로 출현한 것은 ‘경찰의 시간’이다. 검수완박으로 범죄자 천국이 펼쳐질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하는 것도, 정치검찰 논란으로 땅에 떨어진 수사기관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도 이제 모두 경찰의 몫이 되고 있다. 노태우 정부 때부터 약 40년간 이어진 검찰 우위 시대가 끝나고 이제 경찰이 정의를 구현하는 중추기관으로 떠오른 것이다.

하지만 ‘경찰의 시간’이 거저 오는 것은 아니다. 두 개의 엄중한 질문이 경찰 앞에 놓였다. 첫째 질문은 검찰의 공백을 채울 능력이 있는가다. ‘민중의 지팡이’라는 슬로건처럼 곤경에 처한 국민이 의지할 수 있는 믿음직한 수사기관이 될 수 있느냐, ‘범죄자는 웃고 피해자는 울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잠재울 수 있느냐는 질문이다. 둘째 질문은 권력에 휘둘리지 않을 의지가 있는가다. ‘민중의 지팡이’가 아닌 ‘권력의 몽둥이’가 돼 정치검찰 못지않은 정치경찰 시대를 여는 것 아니냐, ‘유권무죄 무권유죄’ 행태를 되풀이하는 게 아니냐는 질문이다.

과연 경찰은 이 질문에 어떤 답을 내놓을 것인가. ‘경찰의 시간’은 아직 초입에 불과하지만, 이재명 정부 출범 후 터진 일련의 여당 의원 비리 의혹 사건에서 경찰이 보여준 모습은 실망과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지난해 8월 이춘석 의원 주식 차명투자 의혹이 터지더니 9월 김병기 의원 차남 부당 편입 의혹, 11월 장경태 의원 성추행 의혹, 12월 강선우 의원 공천헌금 의혹, 12월 전재수 의원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등이 줄줄이 이어졌다. 그러나 늑장 수사, 봐주기 수사 논란이 어김없이 반복됐다. 경찰은 뭉개기로 일관하다 의원들이 탈당하거나 당에서 제명당하는 식으로 신분 변화가 생긴 뒤에야 압수수색 혹은 소환 조사에 나섰다. 비교적 사안이 단순한 이춘석·장경태 의원 사건조차 검찰 송치까지 4개월이 걸렸다. 13가지에 달하는 김병기 의원 의혹은 거의 반년을 허송세월하다 지난 2월 말에야 수사를 본격화했고, 이후에도 ‘쪼개기 수사’라는 비아냥을 들을 정도로 진도가 느리다. 경찰은 “수사는 결과로 얘기하는 것”이라며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결과를 내겠다”고 하지만, 굼벵이 기듯 한 수사로 과연 ‘스모킹 건’을 확보했을지 의문시되고 있다.

죄가 있는지 없는지는 재판을 통해 확정된다. 그러나 범죄 사실을 확인해 법정에 올리는 것은 수사기관의 책임이다. 검찰이 손발이 묶이면서 사실상 유일한 수사기관으로 남은 경찰이 수사 의지도, 능력도 찾기 힘든 상태인 것이다. 이런 식으로는 경찰이 어떤 결과물을 내놓더라도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전재수 의원 의혹은 김건희특검팀이 뒤늦게 이첩했다는 변명거리라도 있다. 하지만 나머지 사건은 수사 결과에 대한 책임이 오롯이 경찰에 있다.

바야흐로 ‘경찰의 시간’을 맞아, 경찰은 정의를 구현하는 집행자로서 단두대 위에 선 모양새다. 그러나 경찰이 명심해야 할 점은 누가 칼자루를 쥘지, 누가 그 칼을 맞을지 결정하는 것은 국민이라는 사실이다. 공권력의 힘은 정권도, 여당도 아닌 주권자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게 자유민주주의·법치주의 국가의 자명한 원칙이다. 그러므로 경찰이 두려워해야 할 것은 여당도 청와대도 아닌 오로지 국민이다. 경찰 스스로 주권자 국민을 두려워하고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경찰의 시간’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오남석 사회부장
오남석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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