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야당 역할이 이미 유명무실한 상황이어서 26조2000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도 오는 10일 결국 여권 입장대로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추경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정치적·선심성 또는 권력자들의 끼워넣기식 예산 항목들에 대해서는 여권 스스로 걸러내는 게 옳다. 마침 7일 청와대에서 ‘여야정 민생경제 협의체’ 회동도 예정된 만큼, 국민 세금의 효율적 사용과 건전재정 확립이라는 국가재정법 취지도 되새기기 바란다.

이재명 대통령은 고유가 대처 등을 목적으로 한 ‘(미국·이란) 전쟁 추경’으로 규정했다. ‘대내외 여건의 중대한 변화’가 발생한 만큼 추경 필요성은 있지만, 세목을 보면 대통령 관심·지시 사업은 물론 ‘쪽지 예산’도 있다. 예술인 생활 안정 자금 320억 원과 영화산업 제작 지원 385억 원 등 정규 예산에 포함하는 게 타당할 항목까지 끼워 넣는 것은 추경 요건(제89조)에서 일탈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 ‘일자리 창출’ 명목으로 9000억 원도 책정됐다. 국세청 체납 관리단 9500명(2133억 원), 농지 특별 조사 5000명(588억 원), 사회연대경제 일 경험 3500명(195억 원) 등이 긴급한 사안인지 의문이다.

TBS 운영 지원금 49억여 원(외국어 라디오·교통방송제작 지원)은 상징적이다. 애초 재정경제부도 배제한 것인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끼워 넣어 의결했다고 한다. 고유가 대처·민생 안정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소득하위 70%를 대상으로 지급하는 고유가 피해지원금의 효율성에 대해서도 국회 차원의 재검토가 필요하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물론 경제 전문가들도 ‘세계잉여금은 국채 상환에 우선 사용’이라는 국가재정법 제90조에 대한 위배 가능성도 지적한다. 국회가 행정부의 ‘여의도 출장소’가 아니라면 지출 감시라는 원초적 기능이라도 수행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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