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lobal Window - ‘온라인 웨딩 플래닝’ 유행
익명의 누리꾼과 소통이 더 편한 세대
온라인서 위로·조언 받고 감정적 도움
레딧 ‘결혼’ 글 조회수 1년새 6배 폭증
악플 등 부작용도… 관리자 검열 필수
“결혼식 때 입을 웨딩드레스를 고르고 있는데, 셋 중 뭐가 제일 예뻐 보여요?”
최근 미국 등 해외에서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를 중심으로 웨딩드레스·턱시도 등 ‘일생에 한 번뿐인 선택’을 두고 부모나 지인이 아닌 온라인 공간 속 익명의 조언자에게 의견을 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 발달에 익숙한 젊은 세대일수록 중요한 결정에 관해서도 가까운 사람들보다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지나치는, 일면식 없는 누리꾼들과 소통하는 데 더 편안함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온라인에서 웨딩드레스·턱시도 선택이나 비용 문제 등 실용적인 도움을 받는 데 그치지 않고 들러리 해고나 가족 간의 갈등 해결·결혼준비 중 투병 등 감정적 문제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상담 받는 ‘온라인 웨딩 플래닝’이 유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미국에서 늘어나는 신개념 웨딩 플래닝… “가족·친구보다 온라인 커뮤니티가 차라리 편해요”= 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익명의 누리꾼들에게 결혼식과 관련된 상담을 받는 젊은 예비 부부가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 예비 부부가 결혼식 때 입을 웨딩드레스·턱시도 결정 등과 같은 극히 사적인 부분에 대한 결정을 가까운 친구나 가족 대신 온라인 커뮤니티 댓글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들 젊은 세대는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들에게 웨딩드레스나 턱시도 선택, 결혼식 콘셉트, 꽃장식 종류, 비용 절약 등 실용적 도움뿐 아니라 감정적 영역에서도 도움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NYT는 결혼식 준비 과정에서 유방암 진단을 받은 캐나다 출신 신부 올레샤 카링턴의 사례를 소개했다. 카링턴은 암 진단을 받은 후 “완전히 혼자라는 느낌을 받고 싶지 않았다”면서 온라인 커뮤티니 레딧(reddit)에 자신의 사연을 소개했다고 밝혔다. 자신의 사연을 알린 후 그는 레딧에서 수백 명의 낯선 누리꾼들에게서 응원을 받았고, 과거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한 여성들에게 조언을 받기도 했다. 카링턴은 신랑과 결혼식을 성공적으로 마친 후 다시 레딧에 결혼식 사진을 공유하면서 근황을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또 올해 9월 결혼을 앞두고 있다는 한 익명의 예비 신부는 최근 레딧에 결혼식 당일 신부가 화장 등을 위해 새벽 이른 시간에 일어나 과도한 시간과 체력을 소모하는 것 같아 자신은 어떻게 화장을 해야 할지 고민된다고 올려 많은 공감을 받기도 했다.
◇ “기술 발달에 익숙한 세대일수록 온라인 소통에 익숙해”= 이 같은 현상을 두고 메리 차이코 미 럿거스대 커뮤니케이션정보학 교수는 기술이 인간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경우라고 짚었다. 기술 발전에 익숙한 젊은 세대가 기성 세대보다 온라인 공간에서 낯선 사람들과 소통하는 데 더 자유로움을 느끼는 경향이 있다는 설명이다. 차이코 교수는 “향후 결혼 준비가 취미나 여가 활동처럼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또 로어 옥스퍼드 레딧 인사이트제품 책임자는 “나 스스로도 결혼했을 당시 소외감을 느꼈던 경험이 있다”며 레딧과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가 비슷한 압박감을 겪고 있는 신랑·신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터놓고 나눌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미국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 따르면 레딧 내 결혼 관련 주제의 서브레딧(subreddit·하위 커뮤니티)인 ‘r/wedding’ 2025년 총 조회 수는 전년 대비 6배 증가한 4억7100만 회를 기록했고, 게시물과 댓글 수도 전년 대비 4배가량 늘었다. 2026년 4월 기준 주간 방문자 수도 28만 명에 달하며, 주간 게시글도 3200개에 육박했다. 웨딩플래닝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서브레딧 ‘r/weddingplanning’의 경우 같은 기간 조회 수가 전년 대비 20% 증가한 2억6300만 회를 기록했다. 주간 방문자 수와 게시글 수는 각각 56만3000명과 1만 개에 달했다.
1만 달러(약 1500만 원) 이하의 저예산 결혼식을 논의하는 서브레딧인 ‘r/Weddingunder10k’와 고예산 결혼식을 준비하는 예비 신부들이 모이는 서브레딧인 ‘r/BigBudgetBrides’ 역시 같은 기간 방문자 수가 각각 약 3배와 4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여성뿐 아니라 다수의 남성들 역시 이 같은 결혼 관련 커뮤니티를 즐겨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시청률 조사회사 컴스코어 미디어 매트릭스에 따르면 같은 기간 레딧 내 결혼 관련 서브레딧을 방문한 이용자 중 30%가 남성이었다.
◇ ‘악플’ 문제도 심각… “커뮤니티 관리자의 면밀한 모니터링 필수”= 다만 이용자 수가 짧은 시간에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부정적 댓글이나 익명성 뒤에 숨은 인신모독성 공격 등에 대한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각종 결혼 관련 서브레딧에 올라온 일부 글에는 논쟁적인 댓글이나 일방적인 공격성 글도 소수 확인된다.
익명을 요구한 레딧 결혼 서브레딧 운영자는 자신이 지난 2013년부터 해당 커뮤니티를 관리하며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봐 왔다면서 최근에는 부정적 댓글이 크게 늘어나 관리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고 NYT에 전했다. 특히 그는 질문자가 결혼식 비용을 많이 지불하겠다고 공개하며 누리꾼들의 의견을 묻는 경우에 부정적 반응이 가장 많이 포착된다고 설명했다.
박상훈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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