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해동의 미국 경제 읽기

‘짖지 않던 개는 돌아올까.’

국제통화기금(IMF)이 2013년 4월 ‘세계 경제 전망(World Economic Outlook)’을 통해 ‘짖지 않던 개(The Dog That Didn’t Bark)’가 된 물가에 세계 경제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IMF는 2007∼2009년 큰 침체기를 겪었는데도 세계 경제에서 물가가 크게 떨어지지 않고, 그 뒤 세계 경제가 회복됐는데도 물가가 크게 오르지도 않자 은유적인 의미에서 물가를 짖지 않던 개라고 불렀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전쟁이 시작된 지 한 달이 넘었고 세계 원유 수송량의 대략 20%를 담당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막힌 상황임을 고려하면, 아직 세계 경제에서 물가를 둘러싼 아우성은 생각보다는 심하지 않은 편이다. 그런데 앞으로도 과연 그럴까.

세계 경제사를 돌아보면, 글로벌 경제 범위라는 측면에서 가장 넓고, 깊이에 있어서 가장 근본적인 변화는 금리 변동과 관련이 있었다. 금리와 환율, 성장률 등은 사실 모두 연관된 현상의 각기 다른 표현(表現)에 가깝다. 그런데 금리 변화를 추동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바로 물가다.

현재 미국의 소비자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11달러로 4달러를 이미 넘어섰다. ‘차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얘기를 듣는 미국에서 단기간이면 혹시 모를까, 장기간 휘발유 가격이 4달러를 넘어서면 대통령 지지율 폭락은 피하기 어렵다. 미국에서 물가, 특히 휘발유 가격은 경제 현상이면서 동시에 정치 현상이다.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 없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종전 1.8%에서 2.7%로 무려 0.9%포인트나 상향 조정했다. 우리나라와 일본 등은 원유 중 많은 양을 중동에서 수입하기 때문에 중동에서 발발한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악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국가군에 속한다. 지금까지는 나랏돈(국민 세금)으로 가격 변수에 직접 손을 대는 ‘석유 최고가격제’ 등을 통해 그럭저럭 버티고 있다고 하지만, 중동에서 발생한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오래 버티기는 어려울 것이다. 벌써 정부세종청사가 있는 세종시에는 상대적으로 기름값이 싼 주유소를 찾아 기름을 넣으려는 차량 행렬이 길게 늘어서 있다.

조해동 기자
조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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