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민의 정치카페 - 조국-한동훈 맞대결 성사될까

 

노이즈 정치로 존재감 ‘상호증폭’ 시도하지만… 對윤석열 투쟁 통한 상징자본 소진 중

비자립적 구조·대표성 결핍 등 한계 직면… 자기애 강한 曺와 韓, 맞대결 나서기 힘들듯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최근 설전을 벌였다. 둘의 말싸움이 이목을 끄는 건 오는 6·3 지방선거와 함께 치르는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맞대결 가능성이 끊임없이 거론되기 때문이다.

조 대표와 한 전 대표는 모두 윤석열 전 대통령의 피를 먹고 자란 나무다. 윤 전 대통령이 탄핵과 내란재판을 거치며 소멸하는 상황에서 두 사람의 상징자본도 소진되는 중이다. 윤의 쇠락이 조국과 한동훈의 정치적 존재가치를 부정하는 형국이다.

◇상호증폭 전략

조 대표와 한 전 대표는 최근 예능 프로그램과 페이스북 등을 통해 도발적 정치 공방을 이어갔다. 한동훈은 조국에게 “도망만 다니지 말고 만나자(맞대결하자)”고 했고, 조국은 “먹방 그만하고 창당이나 하는 게 맞다”고 응수했다.

핵심은 조 대표의 말대로 ‘노이즈 정치’라는 자기고백적 구조다. 한 전 대표가 던지고, 조 대표가 받아치고, 다시 재반박이 이어지는 상황은 논쟁이라기보다는 ‘트래픽 생산’에 최적화된 모양새를 보여준다. 정치학적으로 보면, 갈등을 통해 존재감을 끌어올리는 ‘상호증폭’ 전략이다.

니클라스 루만은 갈등을 ‘스스로 재생산하는 커뮤니케이션’으로 봤다. 이를 체계화한 게 ‘갈등의 자기증폭’이다. 갈등은 스스로를 먹고 자라고, 에너지를 내부에서 얻으며, 해결이 아니라 지속을 목표로 작동한다.

따라서 ‘상호증폭’의 본질은 ‘상호파괴’가 아닌 ‘상호의존’이다. 구조적으로 보면 조 대표나 한 전 대표는 서로를 필요로 하는 ‘경쟁적 공생관계’인 것이다. 왜일까. 두 사람 모두 중앙정치 무대 복귀와 제3세력의 존재감 확인 및 세력 확장을 위해 이 구조가 절실히 필요하다. 즉 두 사람은 서로에게 필요한 ‘적’인 동시에 ‘확성기’이다.

조 대표는 2024년 22대 총선 정국에서 “3년은 너무 길다”를 표어로 내걸며 윤석열 정권 조기 종식 공세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내란 자백” 운운하며 권력 견제의 한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두 사람은 이제 정치적 생존과 성장을 위해 갈등의 자기증폭을 추구하고 있다.

◇데이터가 말하는 것

두 사람은 부산시장에 출마하는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역구인 부산 북갑 보선에서 맞대결 가능성이 거론된다. 데이터는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뉴스토마토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3월 31일 공개한 부산 북갑 여론조사에 따르면, 양자대결에서 조국과 한동훈은 각각 29.1%와 21.6%를 얻었다. 하지만 부동층·무응답층이 절반에 달했다. 이런 결과는 소위 ‘빅매치’로 일컬어지는 양자대결에 대한 유권자의 거리감을 보여준다. 정치권과 언론은 ‘빅매치’라고 포장하지만, 정작 유권자의 절반이 ‘선택 보류’를 택하는 것이다.

민주당의 김두관 전 의원과 국민의힘의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 등 거대 양당 소속 후보들이 가세하면 상황이 확 바뀐다. 같은 기관의 4자대결에서 조국 26.4%, 박민식 23.6%, 한동훈 17.5%, 김두관 11.6%였다. 조국과 박민식이 20%가 넘는 지지를 받으며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인 반면, 한동훈과 김두관은 10%대 지지율을 기록했다.

조국이 빠진 3자대결에서는 박민식 24.0%, 김두관 20.1%, 한동훈 19.2%였다. 이 조사에서는 보수층 응답자의 42.3%가 박민식을, 25.8%가 한동훈을 선택했다.

조 대표와 한 전 대표는 모두 국회 진입이 절박하다. 하지만 양자대결에서 선택을 보류한 50%는 단순 부동층이 아니라 조와 한, 두 사람에 대해 거리감을 갖는 유권자다. 이 조사에서 나타난 진짜 메시지는 두 사람이 부산 북갑을 대표하는 국회의원감으로서는 ‘아직은 아니다’라는 것으로 요약된다.

◇주저하는 유권자

그렇다면 조국-한동훈 양자구도에서 유권자는 왜 선택을 주저할까. 첫째, 비자립형인 두 사람의 한계 때문이다. 이는 더 구조적인 층위로 대표성 결핍 문제를 낳는다. 두 사람 모두 여야 양대 정당으로부터 독립을 추구하고 있지만, 막상 이들에의 의존 없이는 정치적 자립을 기할 수 없는 근본적 한계를 갖는 주자들이다.

조 대표는 민주당 공천이 있는 경우 구조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빠지고, 한 전 대표 역시 국민의힘 후보가 나오면 득표력이 확 떨어진다. 이 같은 대표성 결핍으로 부산 북갑 유권자들은 둘에 대한 관심은 소비하면서도 신뢰는 투자하지 않게 된다.

그 연장에서 둘째, 두 사람의 희박한 당선 가능성이다. 조 대표는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조국혁신당의 상징적 인물이긴 하지만, 민주당이 자당 후보를 공천하는 순간 당선 가능성은 옅어진다. 여권에서는 이 지역 출신인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의 출마론이 이미 급류를 타고 있다.

한 전 대표는 보수를 대표하는 제1 야당에서 쫓겨난 상황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나타나는 순간 당선권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 명확한 한계를 갖고 있는 두 사람이기 때문에 유권자는 반응하지만 선택하지 않는다.

셋째, 효능감의 소진이다. 조 대표는 과거 윤석열 정권과 선명한 투쟁전선을 형성하면서 몸값이 상한가를 치솟았지만, 탄핵 이후 진보 기반의 비전을 보여주지 못했다. 한 전 대표 역시 탄핵 과정에서 체급을 늘렸지만, 보수층 내부에서 무리한 탄핵몰이에 대한 역풍이 불었고 이에 맞서 리더십을 보여주는 데 실패했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의 효용성과 정치적 동력이 동반 하락했다.

◇줄어드는 빅매치 가능성

조 대표와 한 전 대표의 몸값을 올려준 윤 전 대통령의 정치생명은 지금 소멸 중이다. 두 사람의 투쟁과 심판의 언어는 과거의 언어로 현재를 설득하려는 이질감을 보여준다.

이 대목에서 상호증폭은 역효과를 낳는다. 서로 공격함으로써 유권자의 이목을 집중하고 존재감이 상승했지만, 정치적 신뢰와 깊이는 더 얕아진다. 유권자들의 심리상태는 싸움을 즐기되 권력을 맡길 생각은 없다는 것이다. 조와 한, 둘의 상호증폭 정치가 만들어낸 것은 ‘지지’가 아니라 ‘관람’이었다.

그렇다면 두 사람은 부산 북갑 보선에 도전할까. 조 대표와 한 전 대표는 자기애와 승부욕이 강하다. 그러나 스타일상 두 사람은 승산이 확보된 경우에만 경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둘이 처한 정치환경으로 미뤄볼 때 부산 북갑에서의 ‘빅매치’ 가능성은 제로에 수렴한다.

전임기자, 행정학 박사

■ 용어설명

‘니클라스 루만’은 독일의 사회학자로 시스템이론의 가장 유명한 사상가 중 하나. 움베르토 마투라나와 프란시스코 바렐라가 창안한 ‘자기생산’ 개념을 자신의 사상에 접목해 사회체계이론을 만듦.

‘갈등의 자기증폭’이란 루만이 자신의 책 ‘Social Systems’에서 갈등을 ‘자기재생적 커뮤니케이션’으로 설명한 것을 원용해 개념화한 것. 갈등은 반응을 통해 스스로 확대하고 유지한다고 설명함.

■ 세줄 요약

상호증폭 전략: 조국과 한동훈은 ‘노이즈 정치’와 갈등을 통해 존재감을 끌어올리는 ‘상호증폭’ 전략을 구사. 상호증폭의 본질은 상호파괴가 아닌 상호의존이며, 두 사람은 서로에게 필요한 ‘적’인 동시에 ‘확성기’임.

데이터가 말하는 것: 하지만 여론조사는 ‘빅매치’로 일컬어지는 조국-한동훈 양자대결에 대한 유권자의 거리감을 보여줘. 정치권과 언론은 ‘빅매치’라고 포장하지만, 정작 유권자의 절반이 ‘선택 보류’를 택하고 있는 것.

맞대결 가능성: 조-한 양자구도에서 유권자가 선택을 주저하는 이유는 두 사람의 대표성 결핍과 효능감 소진 등 때문. 윤석열이 소멸하는 상황에서 윤의 피를 먹고 자란 둘의 상징자본이 소진되며 맞대결 가능성도 희박해짐.

허민 전임기자
허민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2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