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영 ‘은혜의 단비’, 72×60㎝, 캔버스에 혼합재료, 2026.
김준영 ‘은혜의 단비’, 72×60㎝, 캔버스에 혼합재료, 2026.

절정에 달한 꽃을 보며 왜 기쁨보다는 적이 안타까움이 앞설까. 다소곳이 틈바구니를 비집고 피어난 이름 모를 꽃에도 감격한 게 엊그제 일이다. 고산 암벽에서 만난 솜다리꽃만큼이나 고귀한 자태가 전한 봄기운에 얼마나 설렜던가. 맞을 마음의 준비도 안 됐는데, 벌써 떠나보내려니 상춘의 심경이 복잡하다.

화가 김준영 역시 한꺼번에 만발한 꽃의 향연이 부담(?)스러웠던 것일까. 춘색만으로도 스토아 화가에겐 과도한 쾌락일까, 한낱 평범한 산하에 의미 있는 눈길을 보내고 있다. 이 따스한 햇살 속에 은밀히 소생해가는 위대한 퍼포먼스를 관조하라고 권면하는 듯하다. 만면에 가득한 법열이 짐작되고도 남는다.

작가의 시그니처 같은 세로의 스크래치 마티에르는 거듭난 신록을 축원하는 은혜의 단비이다. 물론 햇살로 읽어도 무방하다. 그것은 과거형 시제이면서 미래형이기도 하다. 화면마다 행해지는 이 수행이 의미하는 바는 무얼까. 생명의 탄생과 죽음 그리고 부활, 한결같은 은혜에 대한 화답의 몸짓이 아닐까.

이재언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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