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동맹 줄세우기’
주한미군 언급… 배은망덕 논리
방위비 관련 ‘청구서’ 우려 제기
방중 앞 미북대화 염두 관측 속
북핵 지적… 이란戰 당위 주장도
한미 합동훈련
워싱턴=민병기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대(對)이란 전쟁에 유럽과 아시아 동맹국들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며 다시 한 번 한국을 콕 집어 비판했다. 전쟁이 끝난 뒤 무역 협상이나 방위비 관련 논의에서 각종 ‘청구서’가 뒤따를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핵무기를 언급하며 이란 핵시설 제거라는 전쟁의 당위성을 드러내는 한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친분도 과시했다. 5월 중순 방중(訪中) 시 미·북 정상 간 만남의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란과의 전쟁에서 호르무즈 해협 군함 파견, 지역 내 미군 기지 활용 등 미국 측 요구를 거부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를 한참 비판한 뒤 “누가 또 우리를 돕지 않은 줄 아는가. 한국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험지에 4만5000명의 (주한미군) 병력을 두고 있으며 핵무기를 많이 갖고 있는 김정은 바로 옆”이라고 했다. 실제 2만8500명 규모의 주한미군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항상 수를 부풀려 언급해 왔으며, 이날 발언은 주한미군 주둔이 미국의 일방적 도움인 것처럼 표현하며 한국이 ‘배은망덕’하다는 식의 논리를 전개한 것이다. 이어 그는 일본과 호주도 거명하며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콕 집어 비판한 것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일 부활절 기념 오찬 행사 연설에서 나토와 함께 한국·일본·중국 등을 거론하며 불만을 표출한 바 있다. 당시 연설 영상은 백악관이 곧바로 삭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이어 공개적으로 한국 등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고 이란과의 전쟁에서 미국에 도움이 되었느냐는 기준 아래 동맹을 ‘줄 세우기’ 하는 행태를 계속함에 따라 전쟁이 어떤 식으로든 일단락된 뒤 이에 대한 ‘청구서’가 돌아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상호 관세를 대체할 관세 부과나 무역 관련 협상에서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거나 방위비 증액을 요구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김 위원장과 매우 잘 지내며 김 위원장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말도 했다. 이어 “어떤 (미국) 대통령이 일을 제대로 했다면 김정은은 지금 핵무기를 갖고 있지 못할 것”이라면서 “그들은 일을 제대로 하는 게 겁이 났던 것”이라고 말했다.
전임 미국 대통령이 대북 대응을 잘못하면서 북한이 핵을 보유하게 됐다고 비판하며 동시에 이번 대이란 전쟁의 목표 중 하나인 이란 핵보유 차단의 당위성을 역설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자신에 대해 아주 좋은 말을 한다면서 김 위원장이 조 바이든 전 대통령에게는 아주 못되게 굴었지만 자신은 좋아한다고 했다. 그간 김 위원장과의 친분에 대해서는 수차례 언급한 바 있지만 5월 중국 방문을 앞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북 정상 간 직접 대화 카드를 여전히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대북 무인기 사건’ 관련 유감을 표한 데 대해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장은 김 위원장이 ‘솔직하고 대범한 사람의 자세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했다고 전했다.
민병기 특파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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