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아 정치부 차장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또다시 ‘낙관 경계령’을 내렸다. “경북지사만 빼고 다 가져올 수 있다”는 ‘15 대 1 완승론’이 나오면서다.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7일 아예 “마치 선거가 쉬운 것처럼, 다 이길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없지 않은데 그런 언행할 경우 엄중 조치하겠다”고 경고했다. “항상 국민 눈높이에 맞게 절실, 간절한 마음으로 낮고 겸손한 자세로 선거에 임해달라”고도 했다. ‘오만 경계령’이기도 하다.

지난해 제21대 대선 때도 민주당은 낙관론을 강하게 경계했다. 당시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를 두 자릿수 격차로 앞선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자 “골프하고 선거는 고개를 쳐들면 진다”며 몸을 한껏 낮췄다. “겸손한 마음과 절박한 심정으로 국민의 선택을 겸허히 기다려야 한다”고도 했다. 결과는 8.27%포인트 차이로 승리.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8.34% 얻은 것을 고려하면, 실제 진영 대 진영이 팽팽하게 맞섰다. 당직을 맡은 한 민주당 의원은 “낙담해 있는 ‘샤이 보수’가 실제로도 투표장에 가지 않을지,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반짝 선거용’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오만 경계령에 따라붙는 표현들을 보자. 겸손한 마음, 절박한 심정, 간절한 마음, 겸허한 자세…. 대선 승리 후 1년여간 민주당이 보여온 입법 독주와는 전혀 매치되지 않는, 이질적인 단어들이다. 지방선거가 지배적인 전망대로 민주당 완승으로 결론 난다면, 민주당은 “민심을 확인했다”며 독주에 가속도를 올릴 가능성이 크다. 당장 민주당은 오는 6월 이뤄질 국회 하반기 원 구성에서 전 상임위 독식을 예고하고 있다. 22대 국회 상반기 원 구성 때 법제사법위원장을 제2당이 맡아온 관례를 깨더니, 이제는 정당 의석수에 따라 상임위원장을 배분하던 관례까지 깨겠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각 상임위에서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은 그 어떤 견제 없이 법안과 예산을 통과시킬 수 있다. 국회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야당이 ‘24시간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맞설 수 있겠으나, 처리를 하루 지연시키는 정도일 뿐이다. 입법 독주를 넘어 입법 독재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겉으론 ‘겸손’을 말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여대야소 구도 속에 기울어진 여론을 확인하며 스스로 독주에 익숙해지고 있다. 힘의 균형과 상호 견제를 위해 국회가 오랫동안 지켜온 관례를 깨고, 단독 처리를 해도 지지율은 ‘일잘러’ 대통령과 함께 순항 중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아직도 ‘윤석열 늪’에서 허우적대며 바닥을 기고 있다. 야당으로서 기능과 권위도 상실했다. 국민의힘의 ‘여당 독재론’이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다.

지방선거 후에도 민주당은 오만 경계령을 유지할까. 22대 국회 남은 2년 동안 민주당이 상임위원장을 독식한다면 민주당은 독주 관성으로부터 자신을 통제할 장치를 잃어버리게 된다. 그러면 국민은 더 자주 관례를 깨고 단독 처리하는 오만한 여당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곧바로 23대 총선이다. 역대 선거 결과를 보면, 국민은 한쪽이 과도하게 독주할 때 회초리를 들었다. 골프하고 선거는 고개를 쳐들면 진다고 했던가.

윤정아 정치부 차장
윤정아 정치부 차장
윤정아 기자
윤정아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