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올 1분기 영업이익 57조 원을 달성함으로써 한국 산업의 신기원을 열었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을 단숨에 뛰어넘은 ‘어닝 서프라이즈’다. 인공지능(AI)용 고대역폭 메모리(HBM)에 생산 역량이 집중되면서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의 공급 부족에 가격 급등이 맞물린 결과다. 영업이익률은 무려 70%를 웃돈 것으로 전해졌다. 대만 TSMC(54%)까지 압도하면서 한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투자은행들은 연간 영업이익이 최대 3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는데, 현실화하면 애플(212조 원·2022년)·엔비디아(181조 원·2025년)를 제치고 세계 최고 기업 반열에 오르게 된다.

그럼에도 시가총액은 엔비디아의 20%를 밑돌아 여전히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다. 호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장담하기도 어렵다. 최근 구글이 ‘터보퀀트’기술을 공개하면서 ‘메모리 피크아웃’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주요 전방 산업들이 위축되는 것도 문제다. 메모리 값 급등으로 올해 전 세계 PC와 스마트폰 출하량은 크게 감소하고, 거꾸로 가격은 10% 넘게 오를 전망이다. 수요 감소와 가격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역설적 상황은 슈퍼사이클의 조기 종료 가능성을 암시한다.

중국의 추격도 간과할 수 없다. SMIC와 CXMT 등은 호황을 기반으로 빠르게 체력을 키우고 있다. 미국의 수출 통제에 맞서 알리바바와 텐센트 같은 빅테크는 자체 칩 개발에 속도를 내며 생태계 자립을 강화하는 중이다. 외부 규제가 내부 경쟁력을 키우는 역설적 결과를 낳는 셈이다. 기업 공개를 통해 투자 실탄도 확보하는 중이다.

이제 반도체는 단순한 효자 산업을 넘어 한국 경제의 ‘생존 산업’이 됐다. 저성장 고착화와 고유가·고물가·고환율의 ‘3고(高)’ 압박 속에서 사실상 유일한 성장 엔진이다. 한국은행이 올해 2% 성장을 전망하면서 반도체 수출 호조를 첫 손에 꼽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도체는 중동 전쟁 와중에서 환율 불안을 막고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는 결정적 방어막이다. 호황의 절정에서 삼성전자에 필요한 것은 낙관이 아니라 위기의식과 미래에 대한 대비다. 앞으로도 기술 초격차를 유지해 3고가 뉴노멀이 된 상황에서 국가 경쟁력에 든든한 버팀목이 돼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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