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상담소
▶▶ 독자 고민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생각보다 오래가게 돼 걱정됩니다. 전쟁 생각을 하면 불안해서 소화도 잘 안 되고, 두근거리고, 잠도 안 옵니다. 우리나라는 휴전 상태이고 북한이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걱정으로 살아왔는데, 불안이 현실로 다가오니 힘듭니다.
사람들이 죽어 가는데 전쟁 상황을 투자와 관련해서 생각하는 것을 보면 끔찍하다 싶어서 사람들이 싫어졌습니다. 이란 지도자 사망 후 바로 끝날 줄 알았던 전쟁이 지속되니 휴전 소식에도 종전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보다 다시 상황이 악화될까 불안한 마음이 들어 이상하게 느껴집니다.
A : 전쟁공포는 생존본능… 다른 생각하며 불안회로 차단을
▶▶ 솔루션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상태에서 죽음을 숫자로 보는 세상에 환멸을 느끼는 것은 그만큼 생명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따뜻한 분이라는 증거입니다. 지금 대화를 피하는 것은 비정상이 아니라, 오염된 정보로부터 자신의 인간성을 지키려는 보호 반응입니다. 억지로 이해하려 애쓰지 마시고 당분간은 마음이 맞는 사람들하고만 소통하며 정서적 에너지를 보존하셔도 좋습니다.
불안은 정보를 먹고 자랍니다. 특히 잠들기 전 스마트폰 사용은 교감신경을 극도로 자극합니다. 불안을 해소하려고 뉴스를 계속 검색하시겠지만 사실 정보가 많아질수록 뇌는 더 큰 위협을 찾아내려 합니다. 하루 1회, 15분 이내로 검색을 제한하고, 특히 침실에서는 뉴스를 차단하는 디지털 격리가 필요합니다.
전쟁의 향방은 우리가 바꿀 수 없지만 오늘 저녁에 무엇을 먹을지, 내일 아침에 몇 시에 일어날지는 우리가 정할 수 있습니다. 삶의 루틴을 지키는 것이 뇌에 ‘지금 여기는 안전하다’는 신호를 주는 강력한 방법입니다.
지금 느끼시는 공포는 병적인 것이 아니라, 인류의 생존 본능입니다. 그러나 몸에 증상이 나타난다는 것은 자율신경계가 고장 났다는 신호입니다. 일상을 살아야 하는데 뇌가 전쟁터나 미래에 가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교감신경이 계속 항진된 상태를 막기 위해서는 ‘착지 기법’을 해 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중력이 나를 끌어당기고, 온전히 땅에 의지하며 사는 나 자신, 당연하지만 잊고 있었던 부분을 다시 한번 느껴 보는 것입니다. 발바닥의 무게중심을 이동하면서 현재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이는 뇌의 논리적 전전두엽을 깨워 ‘전쟁은 어차피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므로 지금은 싸울 때가 아니라 쉬어도 될 때’라며 경보를 끄는 물리적인 스위치 역할을 해 줄 것입니다.
우리 뇌는 한 번에 한 가지 강렬한 정보에만 집중할 수 있습니다. 전쟁에 대한 ‘생각’보다 발바닥의 ‘감각’을 더 크게 만들면 불안의 회로를 차단할 수 있습니다. 집에서도 사무실에서도 전쟁 생각이 나 힘들 때면 우리는 생각보다 안전한 환경에 살고 있다는 것을 몸의 감각을 통해 다시 기억해 보는 것이 어떨까요.
하주원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홍보이사·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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