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워인터뷰 - 이한주 경제인문사회硏 이사장·대통령 정책특보

이한주 경제·인문사회연구회(NRC) 이사장 겸 대통령 정책특별보좌관이 지난 2일 서울 서초구 반포 시너지워크센터에서 문화일보 파워인터뷰에 앞서 NRC 서울 사무실 문을 열고 있다.  윤성호 기자
이한주 경제·인문사회연구회(NRC) 이사장 겸 대통령 정책특별보좌관이 지난 2일 서울 서초구 반포 시너지워크센터에서 문화일보 파워인터뷰에 앞서 NRC 서울 사무실 문을 열고 있다. 윤성호 기자

인터뷰 = 신보영 정치부장, 정리=김대영 기자

출범 10개월째를 맞은 이재명 정부가 주식시장부터 부동산, 검찰·사법개편 등 전방위 분야에서 연일 전위적인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이재명표’ 정책에는 사실상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역할을 했던 국정기획위원회가 만든 밑그림이 짙게 깔려 있다.

이재명 정부의 국정설계 도안자인 이한주(70) 국정기획위원장은 지난해 11월 경제·인문사회연구회(NRC)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중·장기 국가과제 개발·연구에 매진하기 위해서였다. 대통령 정책특별보좌관도 겸직하고 있는 이 이사장은 문화일보 파워인터뷰에서 “국책연구소가 연구에선 자율·독립성을 유지하되, 의제 설정에선 정책 민감성을 가져야 한다”면서 인공지능(AI)과 인구 문제 등 도전적 과제에 대한 협동연구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이 이사장은 “AI는 생산성 향상과 양극화 악화라는 두 가지 얼굴이 있기 때문에 이를 다 연구해야 한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40년 ‘정책 멘토’답게 부동산 세제 개편과 검찰 보완수사권 부여 등 현안에 대해서도 설명에 거침이 없었다. 이 이사장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이른바 ABC론에 대해선 “가치와 실리로만 분류하다 보니 너무 많은 것을 놓친 것 같다”고도 했다. 인터뷰는 지난 2일 서울 서초구 반포 시너지워크센터에 마련된 NRC 사무실에서 2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국정기획위원회 위원장으로서 공공기관 개혁을 추진했는데.

“1972년 한국개발연구원(KDI) 설립 이후 공공기관 연구소들이 다 개별법으로 만들어졌고, 해당 정부부처 산하기관으로 운영됐다. 그러다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독립·자율적 연구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왔고, 1999년 전체 예산의 60∼70%만 지급하는 연구과제 중심 운영제도(PBS)가 도입됐다. 그러다 보니 국책연구기관들이 1000만 원짜리 지방자치단체 용역까지 하는 상황이 됐다. 그래서 국정기획위원장을 하면서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에 민간 위원장을 넣고, 공운위 위원도 민간인을 대거 받아들이게 개선했다. PBS 제도 역시 폐지했다.”

―국책연구소 개편의 핵심 방향은.

“정책 민감성을 가져야 한다. 정부와 자꾸 유리가 된다. 예컨대 행정기관 통합이 사회적 문제가 됐을 때 이에 대한 연구를 충실히 해야 하는데 잘 안 돼 있다. 국책연구기관의 의제설정은 국민과 대통령, 국회 등을 보면서 민감하게, 다만 연구 결과는 독립·자율적이어야 한다.”

―올해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예산이 많이 늘었다.

“2023년 예산이 430억 원이었다. 그런데 이듬해는 200억 원으로 대폭 삭감됐다. 산하 26개 출연기관 운영 예산도 있지만 협동연구를 해야 한다. 취임 뒤 협동연구 예산 증액을 요청했는데, 60억 원가량 늘었다. 서울 사무실 설치 비용 등도 요청했는데, 산하 기관 중 15개는 세종, 1개는 울산, 1개는 부산에 있다. 서울에 사무실이 없어서 원장들이 스터디카페에서 회의를 해야 할 정도였다.”

―과거엔 예산이 왜 그렇게 삭감됐었나.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 전임 이사장이 사임하지 않으니까 예산이 많이 깎였다. 공공기관 기관장 임기가 보장돼 있는 데 따른 부작용이다. 여야를 떠나서 법을 바꿔야 한다. 연구기관은 임기를 없애야 한다. 연구기관은 대통령 및 정부와 함께 가야 한다. 일각에서는 대통령과 기관장 임기를 같이 해야 한다는데 그것도 이상하다. 대통령이 A를 임명했는데, 안 좋으면 6개월 만에 바꿀 수도 있고 4∼5년 계속 갈 수도 있는 것이다.”

―AI야말로 협동연구가 필요한 주제 아닐까.

“AI 연구는 별도로 출범했는데, 확정된 사실 하나는 AI를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AI 3대 강국’에 들어가야 한다는 국정목표도 세웠다. AI가 각 부문에서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기를 원해서 ‘진짜 성장’이라는 개념을 만들었는데, 첫 번째 기둥은 기술주도 성장이며 이 중의 핵심이 AI 성장이다. 동시에 AI로 각 부문의 생산성이 늘어난다면, 우리 사회의 또 다른 이면인 양극화 가능성도 있다. 생산성과 양극화가 AI의 두 가지 면이기 때문에 이를 다 검토하면서 매년 계획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한국사회는 여기까지 오는 과정에서 양극화 문제를 치명적으로 끌어안게 됐는데, AI가 양극화를 강화할 가능성이 훨씬 크다.”

―AI가 양극화를 강화할 우려가 있다면, 대안은 무엇일까.

“AI에 의한 양극화 확대를 막는 길은 헌법 10조, 즉 인권과 행복추구권이라는 기본권 강화로 대응하자는 게 내 입장이다. 나는 이를 ‘기본사회’라고 정의한다. 기본소득은 이를 위한 정책수단 중 하나다. 의무교육이나 참정권, 주거권, 환경 등도 기본권적 요소이며, 이를 재정의하고 두텁게 하자는 게 기본사회다.”

―이 대통령이 최근 기본사회 언급을 별로 안 한다.

“지금은 (대통령이) 관세나 전쟁 등 현안 때문에 고민하고 계신다. 대통령이 앞으로 시시때때로 (기본사회) 얘기를 할 것이다. ‘성장’과 ‘기본사회’라는 두 축을 늘 균형 있게 생각하면서 계속 선순환하게 만드는 것을 생각하고 계신다.”

이 이사장은 미국·이란 전쟁을 언급하면서 “경제는 굉장히 어려워질 것이어서 정부 입장에서는 정말 비상 상태”라고 진단했다. 부동산 정책에 대해선 “지금은 대통령이 직접 싸우고 있으니 리스크도 높지만 국민 신뢰도 역시 높아졌다”면서 “크게는 거래는 쉽게 하고, 보유 책임은 높이자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다”고 했다.

―미국·이란 전쟁으로 에너지 문제가 현안으로 부상했다.

“해결 방법이 없다. 우선 다변화를 해야 한다. 지금은 호르무즈 해협 쪽으로 들어오는 에너지가 많은데, 앞으로는 홍해를 통하거나 남미에서도 원유를 갖고 와야 한다. 에너지 소스도 다변화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다만, 러시아에서 원유·에너지를 갖고 오려면 미국 입장도 봐야 하니 조심해야 하는 측면이 있다. 할 수 있다면 에너지 비축량도 늘리고, 아껴 쓰는 노력도 해야 한다.”

이한주 경제·인문사회연구회(NRC) 이사장이 지난 2일 서울 서초구 반포 시너지워크센터에서 진행된 파워인터뷰에서 정책 현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이한주 경제·인문사회연구회(NRC) 이사장이 지난 2일 서울 서초구 반포 시너지워크센터에서 진행된 파워인터뷰에서 정책 현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李, 부동산 승부사 나선 건 잘한 것… 盧·文 때와 달리 정책신뢰 높여”

 

5월 9일 다가오면 집값 더 떨어질 것… 폭등땐 정권 위험해져

부동산 세법 전반 검토… 거래 쉽게, 보유책임은 높게

상속세는 부동산세보다 정치적… 중산층 이하 완화 필요성

 

유시민 ABC론은 가치·실리로만 분류… 의도 있는 듯

6·3 지방선거 ‘대구’가 핵심… 김부겸 승리땐 대선급 주자

―미국·이란 전쟁은 어떻게 진행되고, 종전 뒤에도 파급 효과가 있을까.

“미국을 지탱하는 2개 힘이 하나는 총(군사력)이고, 하나는 달러다. 더 무서운 게 전쟁이 끝나고 나서인데, 이란 등이 페트로 달러를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예전에는 달러가 원유시장에서 거래되는 것이 90%였다면, 지금은 70%로 떨어졌고 앞으로 더욱 떨어질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이겨도, 져도 심각한 곤경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이 ‘초크 포인트(병목)’를 잡은 것인데, 문제는 우리가 새우등이 터질 수 있다.”

―경제 상황이 더 나빠지는 게 아닐까.

“경제는 굉장히 어려워질 것이다. 왜냐하면 미국의 군사력이 생각보다 엄청나지는 않다는 게 판명됐다. 두 번째 페트로 달러 역시 위험하다는 게 다 알려지게 됐다. 미국의 힘이 현저하게 줄고 있고, 중국·러시아 등은 ‘시간은 우리 편’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일 수 있지만, 현재는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다. 기름값이 오르면 물가도 오르고, 민생이 어려워질 뿐 아니라 생산도 잘 안 된다. 처신을 잘해야 하는데, 국민과 대통령이 함께 가야 한다. 그나마 대통령 국정지지율이 높은 것은 큰 자산이다.”

―원·달러 환율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불안해지면 실물이 중요해진다. 상대적 안전자산은 여전히 달러인데, 한국 원화는 누가 봐도 원유가 문제 생기면 어렵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원·달러 환율이 1520원까지 올랐는데, 히스토리컬 레코드(역사적 기록)다. 혹시 1500원 후반대, 1600원대가 되면 금융과 물가가 흔들리는 ‘풍전등화’ 상황이 될 것이다.”

―증시가 순항하다가 암초를 만난 격이다. 부동산 투자 자금을 증시로 돌리려는 정부 구상이 흔들리는 것처럼 보인다.

“판 자체가 위험해진 것은 맞다. 부동산이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고, 청년층에게 나쁜 영향을 많이 주고 있다. 부동산을 안정 내지는 하향시키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고 판단한다. ‘생산적 금융’이라고 얘기하는 것이 부동산에서 금융, 주식 쪽으로 보내자는 것이다. ‘풍선효과’를 감안한 것인데, 지금까지는 성공적이었다.”

―이 대통령이 직접 부동산 문제를 집중 제기하고 있다.

“사실 우리가 쓰는 부동산 정책 중 노무현·문재인 정부에서 안 나온 정책은 없다. 다 나온 것인데, 신뢰라는 게 그래서 중요한 것이다. 노무현·문재인 정부 정책 믿었다가, ‘벼락거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망했다는 사람이 많지 않나. 지금은 대통령이 직접 싸우고 있으니, 집값이 폭등하게 되면 정권이 위험해진다. 동시에 그래서 국민 신뢰도가 높아진 것이다. 지금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 승부사처럼 던지는 것은 잘하는 것이다. 역사가 증명했듯이 안 그러면 부동산값이 안 잡힌다. 위험을 무릅쓰지 않고 잘할 방법은 없다. 부동산 가격은 5월 9일(양도세 중과 유예 폐지 기한)이 가까워 오면 또 떨어지고, 그러면 어느 정도 안정화될 것 같다. 그럼 주식시장이 많이 좋아질 것이냐인데, 이 문제는 어렵다. 반도체 업황이 계속 좋지만, 건설과 도소매, 숙박 등이 다 가라앉아서 지난해 성장률도 1%밖에 안 될 것이다.”

―정부가 보유세를 강화할까.

“부동산이 좀 안정화하면 세법에 대한 전반적 검토를 해야 한다. 포괄적으로 보유세와 양도세 부분을 정리해 국민 부담을 획기적으로 늘리지 않는 범위에서 안정화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양도세도 일종의 보유세인데, 양도세도 정책설계가 얼마나 중요하냐면 취득가액으로 판단할지 매도가액으로 할지 어려운 문제가 있다. 크게는 거래는 쉽게 하고, 보유 책임은 높이자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다.”

―상속세는 조금 완화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상속세는 부동산세보다 더욱 정치적 세금이다. 70∼80대 고령 기업가들은 상속세를 낮추는 데 관심이 크다. 하지만 비교적 젊은 사업가들은 입장이 다르다. 상속세를 낮춰야 기업가 정신이 높아진다는 주장은 나는 정당하다고 보지 않는다. 다만, 적어도 중산층 이하에서는 상속 문제를 좀 편하게 해줄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또 법리적으로 남녀차별이 거의 없는 지금 부부가 재산을 공동 형성했다는 점에서 배우자가 상속받을 필요가 있나 싶다. 같은 세대 내 상속은 완화해야 하지만, 세대 간 상속세 완화 문제는 좀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 이사장이 이른바 ABC론을 내놓았다.

“유 이사장이 그린 벤 다이어그램이 이상하다. 가치와 실리주의로 원 2개를 그리고, 겹치는 부분을 C라고 했는데 나는 원을 3개 그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제 현실에서 가치와 실리만 있나. 정책에 따라 실리가 생기는 층이 있는가 하면, 여전히 무관심한 정치중립적인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좀 더 복잡하게 나눠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다 보니 너무 많은 것을 놓친 것 같다. 현실을 빼고 본다는 점에서 의도가 있는 것이다. 이런 문제 제기에는 ‘왜 그렇게 질문하느냐’고 물어야 한다. 대통령도 ‘국민의 삶이 중요한 것이지, 그런 게 뭐가 중요하느냐’고 했다. 대통령이 문제 설정을 새로 한 것이고, 이게 올바른 설정이다.”

―검찰개혁 등을 놓고 당·청이 삐걱거리는 것처럼 보인다.

“크게 보면 바르게 굴러간다. 검찰개혁도 한 방에 다 되는 게 어디 있겠나. 검찰개혁도 어느 정도 완성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보완수사권 요구권은 어떻게 해야 하나?

“국정기획위는 약간 유보했었다. 보완수사권을 둘러싼 내부토론이 엄청 치열했다. 해도 해도 결론이 안 나왔는데, 데이터가 안 나와서 그렇다. 해보면서 고치는 것이다. 보완수사권을 줄 수도, 안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안 주고 해서 필요하면 주면 되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대전제는 당내에서 같이 가는 것이기 때문에 약간 달라도 상관없다.”

―6·3 지방선거 전망은?

“대구시장 선거에서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선전해주는 것이 핵심이다. 사실 서울·부산시장보다 더 중요한 선거가 됐고, 김 전 총리가 이기면 영남에서도 당의 대선급 주자가 하나 생기는 것이다. 영남·호남 유권자 특징이 투표소에서는 인물을 안 보고 당을 찍는데, 이걸 극복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국민의힘도 대구 정서를 걱정할 텐데, 민주당과 생각이 다른 방향이면서 이를 견제할 수 있는 건전세력이 태어나려면 국민의힘에도 이번에 스스로를 돌아보는 기회가 생겨야 한다.”

신보영 기자, 김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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