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근 연세대 명예교수
삼성전자가 1분기 매출액 133조 원, 영업이익 57조2000억 원이라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전체 이익(43조6000억 원)을 단숨에 뛰어넘고 영업이익률이 직전 분기의 2배 이상인 43%로 치솟은 점은 한국 기업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압도적 성과다.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이번 실적의 일등 공신은 단연 메모리 반도체의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이다. 인공지능(AI) 열풍이 전 산업으로 확산하면서 AI 가속기 및 데이터센터와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가 폭발했기 때문이다. 1분기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각각 90%와 55% 이상 급등했고, 이 추세라면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300조 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이 수치가 현실화한다면 삼성전자는 이익 규모 면에서 애플·구글·엔비디아를 넘어서며 글로벌 기업사의 새로운 장을 쓰게 된다.
그러나 현재의 ‘메모리 잭팟’에만 안주하기엔 시장의 불확실성이 크다. 반도체 사이클은 언제든 하강 국면을 맞이할 수 있으며, 이른바 ‘AI 피크아웃’(정점 통과)에 대한 우려도 공존한다. 삼성전자가 진정한 글로벌 1위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메모리에서 벌어들인 막대한 현금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첨단 패키징 분야에 과감히 투입해야 한다. 단순한 ‘메모리 제조사’를 넘어 ‘종합 AI 반도체 플랫폼’으로 체질을 완전히 개선해야만 한다.
메모리 반도체는 표준화된 제품을 대량 생산해 시장에 파는 구조다. 수요가 조금만 줄어도 재고가 쌓이고 가격이 폭락하는 사이클에 취약하다. 반면 파운드리는 메모리보다 경기 변동에 훨씬 강하다. 파운드리 반도체는 고객사(애플, 엔비디아 등)의 설계를 주문받아 생산하는 수주 산업이다. 계약을 먼저 하고 생산하므로 재고 위험이 거의 없으며, 공정 기술이 높을수록 고객사가 다른 곳으로 옮기기 어려워(Lock-in 효과) 가격 결정권이 제조사에 있다. TSMC가 불황에도 불구하고 50%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계속 유지하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설계-메모리-제조(파운드리)-패키징을 모두 한 지붕 아래서 할 수 있는 기업이다. 차세대 AI 칩은 메모리와 로직 반도체가 하나로 합쳐지는 추세이므로 삼성은 메모리와 파운드리를 동시에 제공하는 ‘원스톱 솔루션’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TSMC가 현재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가격을 계속 올리고 있어, 글로벌 고객사들은 신뢰할 수 있는 ‘제2의 공급처’를 간절히 원한다. 삼성이 차세대 반도체를 위한 기술력에 투자한다면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와의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최적의 기회다. 최근 오너 일가의 상속세 문제가 일단락되면서 ‘뉴 삼성’으로의 도약을 추진할 강력한 투자 동력도 생겼다.
글로벌 반도체 전쟁의 최전선에 서 있는 삼성전자가 다시 한 번 혁신의 유전자(DNA)를 발휘할 때다. 기업은 기술로 말하고 결과로 증명해야 한다. 정부 역시 과감한 규제 혁파와 세제 지원을 통해 삼성전자가 마음껏 초격차 전략을 펼칠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돼 줘야 한다. 삼성전자가 거센 파도를 뚫고 나아갈 때 한국 경제의 앞날도 밝아질 수 있다. 국부(國富)를 창출하는 거인의 어깨 위에 우리 경제의 내일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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