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기 워싱턴 특파원
세계의 경찰이 되지 않겠다고 했지만, 이란이 세계 에너지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것을 지켜볼 수만은 없다. 자유로운 항행은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근간이다. “호르무즈 해협을 즉시 개방하라”(3월 30일) 정의로운 전쟁에 동맹들도 함께해줄 것이라 믿는다. “우리 동맹국들은 호르무즈 해협 개방에 협력해야 한다”(3월 18일) 계속해서 버티는 이란을 두고 볼 수 없다. 이란의 최고지도자를 사살해 미국의 힘을 보여줄 수밖에…. “하메네이 사살 성공, 이란 국민 조국 되찾아라”(3월 1일) 이번 전쟁을 치르며 우리와 함께 전선에 서지 않는 동맹에 실망했다. 더는 이들을 신뢰할 수 없다. “동맹이 우리를 더 이용한다”(지난해 11월 12일) 더 더는 같은 구조를 이어갈 수 없다. 동맹 불문, 전 세계에 상호 관세를 부과하겠다. “관세는 미국이 제공하는 안보·무역 체제의 대가”(지난해 4월 1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부터 했던 발언을 역순으로 배치하고 논리를 덧붙였다. 이 시계열에서 이란 전쟁은 자국민을 학살하고 핵무기를 개발하려 하는 ‘깡패 국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까지 봉쇄하고 나서자 이를 응징하고 국제질서를 사수하기 위한 전쟁이 된다. 동맹에 대한 트럼프의 불만 역시 이해되는 측면이 생긴다. 결국, ‘흑화’한 트럼프는 전 세계를 상대로 한 관세 전쟁에 나서게 된다. 적어도 이란 전쟁의 목적도, 명분도 그때그때 바뀌는 지금의 트럼프보다는 설득력 있지 않은가. 그래서인지 SNS상에서 이 같은 글들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란 전쟁은 언젠가는 끝이 난다. 물론 ‘절대 지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상황이든 승리를 선언하겠지만,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고문을 지낸 밥 맥널리는 포천지에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을 장악하지 않고 물러날 경우 미국의 외교정책에 있어 베트남전 패배보다 더 치명적인 퇴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도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매우 큰 우선순위”라고 말했다. 미국 대외 정책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가 이란 전쟁 전으로 쉽게 돌아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간 트럼프는 미국이 200년간 쌓아온 무형의 ‘신뢰 자산’을 허물고 갉아먹으며 유형의 ‘성과’를 내왔는데, 이번 이란 전쟁은 당장 유형의 ‘무엇’을 얻어야 하는지, 얻을 수 있는지도 애매한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에 나서기 전인 2015년 발간한 ‘불구가 된 미국’ 책에서 전쟁에 임하는 세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첫째, 분쟁에 개입하려면 국가적 이익에 직접적인 위협이 있어야 한다. 둘째, 이 위협은 대단히 명백해서 대다수 국민이 분쟁 지역이 어디인지 알고, 우리가 개입하는 이유를 바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승리를 거둔 후 빠져나올 수 있도록 긴밀한 계획이 마련돼야 한다. 10년 뒤의 트럼프에게 그대로 돌려줄 질문이다. 이란을 왜 공격했는지, 전쟁의 목표가 무엇인지, 최소한 폭격을 결단했을 때 ‘출구 전략’은 분명히 있었는지 말이다. 동맹을 욕하기 전에, 언제나 미국의 정의로운 전쟁에 함께했던 나라들이 왜 고개를 젓는지, 저 책에 그대로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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