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 폐지되는 검찰의 역사는 권력의 도구와 법치의 수호자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굴곡으로 점철돼 있다. 정권이 바뀌면 사정(司正) 정국이 펼쳐지거나 검찰 인사 물갈이도 잇달았다. 그러나 확실한 증거가 없는데도 기존 수사의 사실관계 자체를 뒤엎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데 현 정권은 다르다. 권력을 동원해 수사팀을 겁박하고, 유죄 판결까지 난 사건에 대한 감찰까지 벌인다.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사건’을 수사한 박상용 검사에 대한 직무정지와 공수처 수사에 이어, 법무부는 7일 이재명 대통령이 연루된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을 수사한 검사 9명에 대해 감찰에 착수했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 내 특위가 감찰 요청을 하고, 법무부가 감찰 요청을 이첩하는 식으로 대검찰청에 넘겼다고 한다. 정성호 장관은 “별건 수사 등으로 피의자를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회유했다는 내용”이라고 했는데, 여당 ‘정치검찰조작기소 대응특별위원회’가 작년 9월부터 주장한 내용을 그대로 수용했다. 한병도 여당 원내대표는 ‘3차 특검’도 거론했다.

수사 검사가 대장동 민간업자 남욱 씨에게 ‘배를 갈라서 장기를 다 꺼낼 수도 있고, 환부만 도려낼 수도 있다’고 한 것을 압박에 의한 허위진술의 사례라고 한다. 검사는 ‘비유적 표현’이라고 하지만 피의자가 위축될 수는 있다. 그러나 핵심은 허위 진술 여부다. 1심 재판부는 대장동 사건은 권력과 업자가 결탁한 ‘부패 범죄’라고 규정하고 주범들에게 징역 4∼8년을 선고했다. ‘이재명·정진상 등 성남시 수뇌부’도 알고 있었다는 내용도 판시했다. 허위 진술이 있었다면 2심 재판에서 다투면 될 일이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수사팀을 감찰·수사로 보복하는 위험한 선례가 만들어지려 한다. 형사사법 시스템이 어떻게 바뀌든, 수사의 독립성·중립성을 훼손하는 결과를 낳는다. 임기 종료 이후의 정반대 상황 개연성도 더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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