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규회의 뒤집어보는 상식

흔히 전신기를 발명한 사람 하면 자연스레 새뮤얼 모스(1791∼1872·사진)가 떠오른다. 하지만 과학사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반전이 숨어 있다. 전신기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주인공이 모스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전자기 유도를 이용해 정보를 주고받은 이들은 독일의 물리학자 빌헬름 베버와 수학자 카를 가우스였다.

이들은 이미 모스보다 수년 앞서 전신기의 원리를 완성하고 실제로 가동까지 했다. 베버와 가우스는 1833년 약 1.2㎞ 떨어진 실험실 사이에 전선을 연결해 신호를 보내는 데 성공했다. 다만 이들의 발명은 학술적 실험 수준에 머물렀고, 대중적인 상용화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모스 부호’ 역시 이름의 주인인 모스만의 공로로 보기는 어렵다. 문학과 예술 분야의 교수였던 모스는 전문 공학자가 아니어서 전자기학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다. 이 과정에서 전자식 계전기의 발명가인 조지프 헨리와 기계공 앨프리드 베일의 실질적인 설계 능력이 없었다면 모스의 전신기는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특히 점과 선으로 구성된 효율적인 부호 체계인 ‘모스 부호’는 사실상 베일이 주도해 만든 것으로 평가된다. 이 때문에 일부 학자들은 이를 ‘베일 부호’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스의 업적은 또 다른 차원의 거대한 성과다. 과학적 원리를 발견하는 것과 그것을 사회 시스템으로 정착시키는 일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모스는 전신기가 단순한 실험 장치를 넘어 인류의 소통 방식을 바꿀 산업이 될 것을 직감했다. 그는 끊임없는 설득으로 정부의 지원을 이끌어 냈고, 복잡했던 초기 전신기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도구로 표준화했다.

모스는 최초의 발명가는 아니었을지라도, 전신기를 보급해 근대 통신 혁명을 이끈 혁신가였다.

도서관닷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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