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lobal Focus - 이란戰서 또 논란 ‘소년병 잔혹사’

 

아프리카·중동·아시아 장기내전 지역서 교묘하게 징집

이란, 80년대 이라크戰때도 동원… 시리아 내전서 난민아동 동원도

콩고민주공화국선 ‘총알받이’로… 중세 佛·獨 ‘소년 십자군’ 비극

ICC “전쟁 범죄” 비판에도… 통제 쉽고 돈 덜들어 착취 끊이지 않아

지난해 1월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바시즈 민병대 행사에 참석한 소년병이 이란 국기로 장식된 철모를 쓰고 얼굴을 가린 모습. 이슬람혁명수비대는 미국과의 전쟁 중 12세 이상 아동들을 조국 수호자 프로그램을 통해 소년병으로 검문소 및 순찰 업무에 투입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해 1월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바시즈 민병대 행사에 참석한 소년병이 이란 국기로 장식된 철모를 쓰고 얼굴을 가린 모습. 이슬람혁명수비대는 미국과의 전쟁 중 12세 이상 아동들을 조국 수호자 프로그램을 통해 소년병으로 검문소 및 순찰 업무에 투입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란 정부가 미국과의 지상전에 대비하고 군사 작전을 강화하기 위해 10대 초반 소년들까지 전투에 투입하면서 국제사회에서 소년병 동원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전 세계 20∼30여 개국 무력 분쟁 지역에서 활동 중인 소년병 규모는 최대 3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아동 인권 논란에도 통제 용이성, 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소년병이 전장의 최전선에 내몰리는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란, 반정부 시위부터 타국 내전까지 소년병 투입=이란이 미국과의 전쟁에 소년병을 동원하면서 이란의 소년병 문제가 다시 한번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이란의 소년병 동원 역사는 뿌리가 깊다. 1980년대 벌어진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이란 정부는 수만 명의 소년병 목에 ‘전사하면 곧바로 천국에 갈 수 있다’는 의미의 플라스틱 열쇠를 걸어 준 채 지뢰밭 개척이나 적진 돌격과 같은 임무에 동원했다. 최근에는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 산하 바시즈 민병대가 반정부 시위 진압에 10대 미성년 대원들을 투입한 적도 있다.

최근 시리아 내전에서 이란은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돕기 위해 ‘파테미윤 여단’을 창설했는데, 여기에 이란 내 체류 중인 아프가니스탄 난민 아동들을 강제 징집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강제 추방 면제나 합법적인 체류 증명서 발급을 미끼로 14세 안팎의 난민 아이들을 징집한 것이다. 전사한 아이들이 이란 내 영웅 묘지에 안장되며 묘비의 출생 연도를 통해 진실이 국제사회에 폭로됐다.

◇국가의 전쟁 자산이자 소유물로 간주된 소년병의 역사=전장에 아이들을 동원하는 관행은 인류의 전쟁사만큼 길다. 과거 역사 속에서 아이들은 보호받고 교육받아야 할 독립적인 인격체가 아니라, 국가의 자산이자 어른들의 소유물로 취급받았다.

중세 유럽에서는 1212년 프랑스와 독일 일대에서 수만 명의 소년 소녀들이 결성한 ‘소년 십자군’의 비극이 있었다. 순수한 아이들의 신앙심으로 성지를 탈환할 수 있다는 광기 어린 선동에 속아 넘어간 아이들은 전장에 닿기도 전에 굶주림과 질병으로 사망하거나, 북아프리카의 노예로 팔려 나갔다. 오스만 제국 역시 정복한 발칸반도의 기독교 국가에서 8∼15세 소년들을 강제로 징집하는 ‘데브시르메’ 제도를 운영했다. 아이들은 강제로 이슬람교로 개종된 뒤 혹독한 세뇌와 훈련을 거쳐 술탄의 최정예 친위대인 ‘예니체리’로 길러졌다.

국가의 존망이 걸린 근현대의 총력전 시기에도 소년병 동원은 이념과 체제를 막론하고 자행됐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패색이 짙어지던 나치 독일은 12∼14세 소년들로 구성된 ‘히틀러 유겐트’에게 대전차 무기를 들려 연합군의 전차 앞에 총알받이로 내세웠다. 소련 역시 전쟁으로 고아가 된 아이들을 부대가 거둬 ‘연대의 아들들’이라는 이름으로 정찰과 탄약 운반에 투입했다. 일본은 중학생 나이의 ‘학도병’과 ‘철혈근황대’를 오키나와(沖繩)전투 등에서 자살 특공대로 소모했다.

아프리카에서 소년병들이 제식훈련 중 받들어총을 하고 있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아프리카에서 소년병들이 제식훈련 중 받들어총을 하고 있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국제법 제동에도 분쟁의 최전선에 선 소년병들=현재 전 세계 20∼30여 개국의 분쟁 지역에서 무력 충돌에 동원되는 아동은 25만 명에서 3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소년병 징집은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의 장기 내전 지역을 중심으로 더 교묘하고 일상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특히 행정 시스템이 붕괴된 곳에서 무력단체에 의한 납치와 세뇌가 횡행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은 자원 분쟁이 끊이지 않는 아프리카의 콩고민주공화국이다. 수많은 반군과 무장 단체들이 마을을 습격해 부모를 살해하고 아이들을 납치한다. 스와힐리어로 ‘카도고(작은 존재)’라 불리는 소년병들은 총알받이나 약탈꾼으로 쓰인다. 아시아에선 미얀마가 심각하다. 소수 민족 무장단체와의 오랜 내전, 그리고 최근 군부 쿠데타 이후 병력 손실이 커지자 미얀마 군부는 기차역이나 시장을 배회하는 고아들을 납치해 나이를 위조한 뒤 강제로 훈련소로 보내고 있다.

중동과 아프리카의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들은 소년병을 자살 폭탄으로 사용하고 있다. 소말리아의 ‘알샤바브’는 마을의 종교 학교를 습격해 아이들을 집단 납치한 뒤 극단주의 세뇌를 거쳐 자살 폭탄 테러의 도구로 사용한다. 나이지리아의 ‘보코하람’은 여학생들을 대규모로 납치해 세뇌하거나 약물을 투여한 뒤 폭탄 조끼를 입혀 시장 한복판으로 밀어 넣는다.

국제사회는 20세기 후반부터 강력한 국제법 제정을 통해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2000년 채택된 유엔 아동권리협약 ‘아동의 무력분쟁 참여에 관한 선택의정서(OPAC)’가 대표적이다. 이 조약은 국가 정규군이 18세 미만 아동을 의무적으로 징집하거나 적대행위에 직접 투입하는 것을 금지한다. 반군 등 무장단체의 경우 어떤 상황에서든 18세 미만 아동의 징집을 전면 금지했다.

더 나아가 ‘국제형사재판소(ICC) 로마 규정’은 15세 미만 아동을 강제로 징집하거나 무력 분쟁에 참여시키는 행위를 ‘전쟁 범죄’로 규정했다. 또 국제노동기구(ILO)는 무력 분쟁을 위한 아동의 강제 징집을 성 착취 등과 함께 ‘최악의 형태의 아동 노동’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소년병 징집은 끊이지 않고 있다. 국가와 무장단체들이 소년병을 선호하는 이유는 전술적이고 경제적인 계산에 기인한다. 10대 아동은 도덕적 가치관이나 판단력이 완전히 형성되지 않아 성인보다 세뇌하기 쉽고 지휘관의 명령에 맹목적으로 복종하기 때문이다. 성인과 비교했을 때 정규 급여를 줄 필요가 없고, 마약이나 소량의 식량만으로도 통제가 가능하다는 점도 소년병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

이종혜 기자
이종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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