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스터스 앞두고 오거스타서 감동의 조우

 

2023년 뇌출혈 겪었던 기자

“당신을 특별히 응원하고 싶었다”

 

우들랜드는 같은해 뇌종양 수술

복귀뒤 지난달 휴스턴오픈 우승

“나를 보며 절대 포기하지 말라”

미국의 개리 우들랜드가 9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남자골프 메이저대회 마스터스의 사전 행사인 파3 콘테스트를 마친 뒤 본보 오해원 기자와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 두 사람은 비슷한 병을 극복하고 일상으로 돌아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왼쪽 사진속 녹색 모자를 쓴 아이는 우들랜드의 아들.
미국의 개리 우들랜드가 9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남자골프 메이저대회 마스터스의 사전 행사인 파3 콘테스트를 마친 뒤 본보 오해원 기자와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 두 사람은 비슷한 병을 극복하고 일상으로 돌아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왼쪽 사진속 녹색 모자를 쓴 아이는 우들랜드의 아들.

마스터스 현장 구석구석을 누비던 9일 오전(한국시간) 개리 우들랜드(미국)와 만났다. 파3 콘테스트를 마치고 가족과 함께 주차장으로 걸어오는 우들랜드를 보자마자 달려가 다짜고짜 내가 누구인지, 왜 그에게 달려왔는지를 소개했다.

비록 짧은 영어였지만 “한국에서 온 기자라고, 너처럼 뇌가 아팠다가 치열하게 재활해 4년 만에 마스터스에 돌아왔다고, 그리고 너를 만나 내 특별한 응원을 전하고 싶었다”고 한을 풀듯 이야기했다. 흐뭇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한동안 들어주던 우들랜드는 환한 미소와 함께 묵직한 팔로 말없이 한참을 안아줬다. 그러고는 주먹을 부딪치는 인사를 했다. “우승을 기대한다”는 기자의 덕담에 그는 “고맙다. 열심히 하겠다”고 대답했다. 나도 모르게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지난 2023년 3월의 어느 날, 남자골프 메이저대회 마스터스 출장을 한 달가량 앞두고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쓰러져 응급실로 실려 간 기자에게 의사는 “언제 죽어도 이상할 것 없다”며 “뇌의 가장 깊은 부위에서 상황이 발생했다. 수술해도 사지가 멀쩡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고 했다.

수술 대신 약물 치료와 치열한 재활을 병행한 끝에 무려 4년 만에 마스터스 현장에 복귀한 기자에게 동료들은 “다시 돌아온 걸 축하한다”고 환영했다. 하지만 기자가 받고 싶은 축하는 따로 있었다. 다시 찾은 마스터스 현장에서 누구보다 우들랜드를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우들랜드도 지난 2023년 9월 뇌종양 진단을 받고 수술을 했다. 종양의 위치가 시력과 운동 신경을 담당하는 부위와 가까운 탓에 “자칫 잘못하면 더 이상 골프를 하지 못할 수 있다”는 사실상 운동선수로서 사망 선고와도 같은 진단이었다. 하지만 우리 둘은 남이 알 수 없는 치열한 생존 싸움 끝에 서로의 일상으로 돌아왔다. 복귀 후에도 한동안 아프기 전의 몸 상태를 회복하지 못하던 우들랜드는 최근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겪고 있다고 고백했다. 누군가 자신의 뒤에 있으면 크게 놀라거나 시야가 흐려질 뿐 아니라 갑작스럽게 찾아온 공포에 화장실로 달려가 남몰래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그랬던 우들랜드가 지난달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텍사스 칠드런스 휴스턴 오픈에서 우승했다. 2019년 6월 US오픈 이후 무려 6년 9개월 만에 트로피를 다시 들었다. 우들랜드는 우승 후 “무언가와 싸우고 있는 모든 이들이 나를 보며 절대 포기하지 않길 바란다. 그냥 계속 싸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치 나를 향한 응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들랜드는 아프기 전 마지막으로 출전했던 마스터스에서 공동 14위로 자신의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수술 후 복귀한 2024년에는 컷 탈락했고, 2025년은 출전권조차 얻지 못했다. 올해 마스터스는 2년 만의 복귀전이다.

복귀전을 앞둔 우들랜드는 공식 기자회견에서 “남자로서, 운동선수로서 묵묵히 앞만 보고 싸워야 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코스에 있을 때도, 밖에 있을 때도 나는 언제나 싸우고 있다”며 “다시는 이곳에 돌아오지 못할 뻔했다는 생각에 감정이 북받쳐 오른다. 다시 이곳으로 돌아온 내가 너무 자랑스럽다”고 활짝 웃었다.

오해원 기자
오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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