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선 기업&경제연구소장, 연세대 경영대학 연구교수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주차장이 무슨 가업이냐, 기가 차다”며 가업상속공제 제도의 악용 문제를 지적했다. 여러 사람이 공감했을 것이다. 그러나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 그리고 개인의 ‘일하려는 인센티브’를 높이려면, 현행 상속·증여세 제도를 획기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인식이 더 중요해 보인다.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세율은 50%이고, 경영권 승계 20% 할증을 더하면 실효세율은 60%다. 명목세율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일본(55%)에 이어 2위이나, 실효세율은 최고다. OECD 24국이 상속세제를 운용하는데 평균 최고세율은 약 27%이고, 상속세 폐지국을 포함하면 13%다. 특히, 우리나라 총 세수 중 상속·증여세의 세수 비중은 1.59%인데, 이는 OECD 평균인 0.36%의 4.4배로 총 세수 중 비중이 회원국 중 가장 크다. 그것은 높은 명목세율, 상대적으로 낮은 공제 제도, 세금을 피상속인 전체 재산에 부과하는 유산세제 운영 등 때문이다.

이 같은 세계 최고 상속세율과 상속세수 비중은 세대 간 부(富) 이전에 구조적 장애물로 작용해, 인구가 줄고 급속히 고령화하는 우리나라 인구구조에서 경제성장과 일자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이를 완화하기 위한 가업승계공제 제도가 도입됐지만 고용 유지 10년, 경영권 유지 등 공제 요건이 지나쳐 혜택받는 기업은 일부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제도 악용도 문제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 제도가 정작 실제 가업상속을 하려는 기업들에는 ‘그림의 떡’ 같을 수 있다는 점이다. 사실 일탈 기업도 솎아내야 하지만, 엄격한 자격요건은 결과적으로 상속 세금을 마련하기 위해 회사 매각·분할에 나서야 하는 중소기업들을 늘리고, 결국 취지와 달리 일자리와 기술 단절을 막지 못한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의 급격한 진행으로 2030년부터는 취업자 수가 감소로 돌아서고, 잠재성장률의 구조적 하락도 불가피하게 될 전망이다. 이런 상황은 지금 상속·증여세제의 개편이 문제 해결에 매우 중요함을 시사한다.

현재는 증여세 최고세율도 50%로 상속세와 같다. 그런데 OECD 17국은 증여세 비과세이고, 다른 15국은 직계비속에 과세 면제나 경감 세율을 적용한다. 여러 선진국이 이미 상속세를 폐지하고 자본이득세로 바꿨다. 복지국가의 표본인 스웨덴조차 2005년 상속세를 폐지하고, 재산 처분 시 30% 자본이득세를 부과한다. 캐나다·노르웨이·뉴질랜드도 상속세 폐지와 자본이득세 전환을 택했다. 상속세가 이미 세금을 낸 소득에 다시 세금을 매기는 이중과세여서 불공평하고, 투자와 성장 의지를 꺾어 경제 역동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급격한 인구절벽과 저출산 고령화 상태에서 잠재성장률 급락과 일자리 부족을 해결하려면, 젊은 세대에 부(富)가 조속히 승계돼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에 연결되도록 상속·증여세 제도 개편을 서둘러야 한다. 지금까지처럼 증여나 상속을 죄악시하는 기조로는 이 상황을 타개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증여세 부담의 획기적 축소, 상속세 폐지와 자본이득세 전환,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로의 과세 방식 전환이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 이 인센티브에 부합하는 방안들이 채택돼야 정부가 바라는 성장과 공정성이 담보될 것이다.

이주선 기업&경제연구소장, 연세대 경영대학 연구교수
이주선 기업&경제연구소장, 연세대 경영대학 연구교수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