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증폭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동맹 폄훼가 이란 전쟁 와중에 더 악화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질서가 크게 바뀐 만큼 동맹관계의 변화도 불가피하지만 너무 거칠다는 게 문제다. 그만큼 미국과의 혈맹 관계인 한국의 정교한 대응이 중요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의 배은망덕을 비판하면서 “한국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 전쟁 협조 여부를 기준으로 나토 주둔 미군 재배치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한국의 비협조를 명분으로 주한미군 감축에도 나설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도 거래적 관계로 보면서 가치 동맹의 대의는 퇴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시바 시게루 전 일본 총리가 8일 아산정책연구원의 아산플래넘 기조연설에서 “한일 연계가 세계·지역 평화에서 가장 중요하다”며 상호군수지원협정 (ACSA) 체결을 제안했다. 2012년 추진됐던 것인데, 유사시 양국군의 군수물자 및 용역 상호 제공이 핵심이다. 2013년 남수단 파견 한빛부대가 일본 자위대의 소총탄을 지원받은 적도 있다. 토론에 나선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은 “협정이 없어 행정 부담과 시간이 소요된다”며 “방위 협력 차원에서 맺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물론 일본 자위대는 지난해 11월 한국군의 공중 급유 요청을 독도 주변 훈련을 이유로 거부했다. 그러나 현 정세는 과거사나 영토 논란에 집착할 만큼 한가하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은 한일 관계를 “앞마당을 같이 쓰는 이웃”이라고 했는데, 이란 전쟁 파고가 앞마당까지 덮친 상황이다. 미국의 이란 공습 직후 한일 양국은 중동의 자국민 대피 때 상호 공조를 한 전례도 있다. 한미·미일 동맹의 축인 미국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북·러 군사 밀착에 이어 중국 왕이 외교부장도 9일 방북해 북·중 결속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과의 전방위 협력은 생존을 위해서도 긴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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