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0일 시행에 들어간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제2·3조)이 한 달도 되지 않아 예상했던 일들이 현실화하기 시작했다. 인공지능(AI) 혁명 등으로 노·사 개념과 관계의 재설정은 필요하지만 법령 자체가 모호하고, 심각하게 노조 측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어서 교섭 체계 붕괴 등 대혼란과 함께 산업 경쟁력 약화도 우려된다.
7일 기준 하청노조 985곳이 원청기업 367개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나선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와중에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8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조 포스코 하청지회의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련 포스코 하청지회는 물론, 같은 민노총 산하 전국플랜트건설노조 포스코 하청노조와 분리 교섭 신청을 받아들였다. 포스코는 본사 노조를 포함, 최소 4개 노조와 교섭을 해야 한다. 한 작업장에서 같은 일을 하는데도 상급 노조가 다르다는 이유로 분리 교섭을 허용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그동안 교섭단위 분리는 ‘근로조건의 현격한 차이’‘고용 형태 차이’ 등의 경우에 극히 예외적으로 인정돼왔다. 하지만 노란봉투법 시행령·지침이 ‘노조 간 갈등 가능성’도 고려 요소에 포함하면서 쪼개기 교섭 길이 열렸다. 철강뿐 아니라 많은 협력사와 얽혀 있는 자동차·조선 등 산업 전반으로 유사한 상황이 확산할 가능성도 커졌다.
인천지방노동위는 8일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산업안전 분야 하청노조 7곳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면서 하청노조를 3개(한노총·민노총·그 외 노조)로 나눠 교섭하도록 허용했다. 앞서 2일에는 충남지노위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등 4개 공공기관이 하청 근로자의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포스코의 협력사 직원 7000여 명 직고용 결정도 동종 및 유사 업체에 압력으로 작용한다. 기존 노조와 갈등 등 제2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도 우려된다.
교섭의 난립, 노조 간 경쟁 등으로 1년 내내 노사 불안이 이어질 수 있다. 노동조합법이 ‘창구 단일화’를 원칙(제29조의2)으로 규정한 것도 이런 우려 때문이다. 그런데 정반대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모호한 법규에 따른 ‘노사관계의 사법화’도 극심해질 것이다. 일자리도, 기업·국가 경쟁력도 갉아먹는 자해극이다. 더 늦기 전에 노란봉투법의 전면 개폐를 포함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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