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미 좌우대립 격화
엘살바도르 ‘범죄 소탕’ 명분
대규모 검거·구금 정책 논란
페트로 “민간인 수용소” 비판
부켈레 “인간 존엄 고려” 반박
좌파 게릴라 출신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이 ‘범죄와의 전쟁’을 주도하는 우파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의 교도소 인권 침해를 비판하면서 양국 정상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서반구 영향력 확대 정책(돈로주의) 기조에 중남미에서 좌우 진영 간 충돌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8일 현지 일간 엘티엠포 등에 따르면 페트로 대통령은 지난 6일 X를 통해 엘살바도르 대규모 구금 시설을 “민간인을 위한 집단 수용소”라고 규정하며 비판했다. 그는 부켈레 정부가 국가 비상사태를 악용해 범죄 카르텔과 무관한 청년들을 단지 ‘문신이 있거나 젊다’는 이유로 무차별적으로 검거하고 있다며 “이러한 검거는 인기를 노린 정책이자 테러리즘”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부켈레 대통령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그는 다음 날 X를 통해 “우리나라에 ‘수용소’가 존재한다면 이는 어설픈 절충안이 아닌 인간의 존엄성을 위한 단호한 결정이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맞받아쳤다. 이어 “엘살바도르는 현재 수감 중인 인원 100%를 콜롬비아로 보내 줄 용의가 있다”고 밝히면서 “단 한 명의 잔류도 허용하지 않는 ‘전원 이송’이 조건”이라고 덧붙였다.
엘살바도르는 부켈레 대통령 취임 이후 살인율이 급감하는 등 치안 지표가 뚜렷한 개선을 보이고 있다. 2015년 6600건을 넘었던 살인사건은 부켈레 대통령 집권 이후 2023년 154건, 2024년 114건, 2025년 82건으로 크게 감소했다. 이는 부켈레 대통령이 90% 안팎의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는 핵심 기반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2022년 3월 비상사태 선포 이후 대규모 검거가 이어지면서 인권 침해 논란도 지속되고 있다. 지금까지 9만 명 이상이 체포됐으며, 부켈레 대통령은 이 중 8000명은 무고한 시민으로 확인돼 석방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인권단체들은 영장 없는 체포와 감청, 변호인 조력권 제한 등 기본권 침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금 중 사망자도 최소 512명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중남미 지역에서는 부켈레식 치안 정책을 둘러싸고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치안 안정과 경제 회복을 우선시하는 우파 진영은 부켈레 모델을 ‘성과 중심 통치’의 사례로 평가하는 반면, 좌파 진영은 민주주의와 인권을 훼손한 대가로 얻은 ‘불완전한 안정’이라고 반발하는 구도다. 최근 중남미에서 치러진 연이은 대선 결과 좌파 정권의 입지가 약화되고 우파가 재부상하는 흐름 속에서 이러한 대립은 더욱 선명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서반구 정책도 관련 흐름과 맞물리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체포한 불법 이민자 일부를 엘살바도르 교도소로 이송한 바 있다. 부켈레식 강경 치안 모델을 사실상 인정·활용하는 조치로, 이 지역 내 우파 정부에 힘을 실어준 신호로 해석됐다.
정지연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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