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규회의 뒤집어보는 상식
‘봄의 전령사’ 벚꽃이 한 폭의 그림처럼 장관을 이룬다. 길 위에는 눈이 내린 듯 꽃잎이 쌓이고, 바람에 흔들리는 꽃잎의 춤사위는 감탄을 자아낸다.
우리는 흔히 벚꽃을 약하고 쉽게 사라지는 존재로 여긴다. 미풍에도 꽃비가 내리고, 특히 비가 온 다음 날 수북이 쌓인 꽃잎을 보면 ‘잠깐 피었다가 금세 사라지는 연약한 꽃’이라는 인상이 더욱 강해진다. 그러나 이는 시각적 현상에 기반한 오해일 뿐이다.
실제로 벚꽃은 약해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짧은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이 개화해 번식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의 하나다. 벚나무는 일정 온도가 충족되면 일제히 꽃을 피워 곤충을 유인함으로써 수분을 집중적으로 받아들인다. 이후 꽃잎을 빠르게 떨어뜨리는 것은 에너지를 꽃에 낭비하지 않고 씨앗 형성과 잎의 성장에 집중하기 위한 과정이다. 즉, 우리가 ‘허무한 낙화’라고 느끼는 순간은 생존을 위한 가장 효율적인 선택인 셈이다.
벚나무는 본래 도시 공해나 척박한 토양에서도 잘 자라는 적응력이 높은 나무다. 한 해에도 무수한 꽃을 피워낸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막대한 에너지를 축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벚꽃이 유독 약해 보이는 것은 수많은 꽃잎이 동시에 떨어지는 시각적 효과 때문이다. 이는 구조적 취약함 때문이 아니라, 적기에 맞춰 낙화하도록 설계된 자연의 리듬에 가깝다. 벚꽃은 ‘버티지 못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때가 되어 물러나는 것’이다.
짧은 개화 기간 역시 약함의 증거가 아니다. 기온 변화가 심한 봄철에 꽃을 오래 유지하는 것은 식물 입장에서 오히려 위험 부담이 크다. 따라서 벚나무는 조건이 가장 적절할 때 빠르게 승부를 보고, 미련 없이 다음 단계로 넘어감으로써 생존 확률을 높인다.
벚꽃이 매년 어김없이 피어나는 생명력은 결코 약함의 증거가 아니다. 짧은 개화는 허무한 사라짐이 아니라, 강인한 생명력의 또 다른 증명이다.
도서관닷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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