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풍경
사진·글 = 윤성호 기자
추락주의. 두 외국인이 서울 종로구 인왕산에 서 있는 경고판의 바위를 등받이 삼아 누워 있다.
등산은 오랫동안 한국인에게 의무 같은 것이었다. 소풍, 수학여행, 가족 행사. 반복된 경험이 쌓인 자리엔 설렘 대신 피로가 먼저 떠오른다. 학습된 고됨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그 빈자리를 외국인이 채우고 있다. 서울관광재단에 따르면 북한산·북악산·관악산 등산관광센터 3곳을 찾은 외국인은 지난 2022년 1753명에서 2025년 1만6291명(11월 17일 기준)으로 3년 새 829% 증가했다. K팝으로 시작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산으로까지 이어진 결과다.
이제 단순히 오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한국인처럼 먹고 한국인처럼 노는 것이 유행이다. ‘데일리케이션’이라 불리는 이 트렌드 안에 등산도 있다. 새벽 일출 산행, 트레일 러닝, 서울 명산 도장 깨기. 인스타그램과 틱톡을 타고 퍼진 K등산은 하나의 여행 장르가 됐다. 등산 후 마시는 막걸리도 빠지지 않는다.
외국인들이 꼽는 한국 산의 매력은 단순하다. 도심에서 가깝고, 잘 정비된 코스가 많으며 짧은 시간에 오를 수 있다. 많은 나라에서 등산은 하루 이상을 써야 하는 일이다. 이동하고, 자고, 그제야 오른다. 한국의 산은 그 모든 과정을 생략한다. 정작 한국인이 당연하게 여겨온 것들이다.
■ 촬영노트
경고판의 바위를 등받이 삼아 누운 그들의 시선은 하늘을 향했고, 발아래엔 서울이 펼쳐져 있다. 위험을 알리는 노란 표지판이 걸린 바위는 그날만큼은 그냥 기댈 곳이었다.
윤성호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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