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안 인터뷰 - 조순열 서울지방변호사회장

 

로스쿨 도입 당시 신규 변호사 1000명… 현재 1750명까지 늘어

변호사 중위소득 年 3000만원… 사무실 운영조차 어려운 수준

편법 유혹에 과장광고·부실변론 속출… 업계 신뢰마저 무너져

 

재판소원, 비용 낭비 심각… 일선 변호사에 부추기지 말라 당부

중수청·공소청法, 경찰 통제 고도화해 수사·기소 전문화 절실

‘처벌중심’ 형사사건 대신 ‘피해구제’ 민사로 사법구조 바꿔야

조순열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이 지난 6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신규 변호사 배출을 줄여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박윤슬 기자
조순열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이 지난 6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신규 변호사 배출을 줄여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박윤슬 기자

제15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24일)를 2주 앞둔 10일 법무부와 변호사들 간 갈등이 커지는 양상이다. 로스쿨 도입 이후 변호사 배출 규모가 지나치게 늘면서 변호사들이 생존 경쟁에 내몰리고, 그 결과 법률 서비스의 질이 떨어졌을 뿐만 아니라 변호사의 불법·탈법 행위를 신고하는 민원이 속출하고 있다고 변호사단체들은 주장하고 있다.

조순열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지난 6일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 속에서도 김정욱 대한변호사협회장 및 변호사 400여 명과 함께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앞에서 ‘변호사 배출 수 감축’ 촉구 집회를 열었다. 집회를 마치고 문화일보와 만난 조 회장은 “법무부가 법률 시장에 대한 정확한 분석 없이 매년 1700명 이상의 신규 변호사를 배출하면서 사법제도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며 “올해부터 당장 신규 변호사 배출 수를 1500명으로 줄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우리나라는 관청 중심, 형사 중심 사법구조를 오래 유지한 탓에 여러 부작용이 방치되고 있다”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변호사들이 왜 집회에 나서게 됐나.

“2009년 로스쿨 제도 도입 당시, 정부는 연 1000명이었던 신규 변호사 배출 수를 1500명으로 늘리는 대신 법무사·노무사 등 유사 직역을 통폐합하기로 법조계와 약속했다. 하지만 이후 17년간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유사 직역은 늘었고, 신규 변호사 배출 수를 연 1750명까지 늘렸다. 그 결과, 법률시장이 황폐해졌다. 과장 유인 광고, 부실 변론, 민원 폭증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이는 변호사 개인만의 잘못이 아니라, 법률시장이 황폐해지도록 방치한 정부 탓이다. 변호사들의 요구는 간단하다. 올해 1500명만 선발하면 된다. 유사 직역을 통폐합할 수 없다면 1000명으로 되돌려야 한다. 경제 규모, 변호사 수, 사건 수, 해외 사례 등을 종합하더라도 1000명이 적정하다.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다.”

―국민 관심에서 먼 사안이라는 지적도 있는데.

“국세청 통계를 보자. 변호사의 중위소득은 연 3000만 원이다. 개업 변호사가 사무실을 운영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수입과 지출이 역전된 ‘마이너스 변호사’도 많다. 변호사는 그냥 민간인이나 단순 사업자가 아니다. ‘공익을 사명으로 하라’고 현행법에 명시되어 있다. 최고 수준의 도덕과 윤리를 지키며 생계를 이어 가야 하는 책무가 부여된 직업이다. 반대로 편법을 쓰면 돈을 더 잘 벌 수 있는 유혹에 시달린다. 조짐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 일부 로펌들은 과장 광고로 사건을 싹쓸이한다. 사건을 부실 처리하고, 결과는 나 몰라라 한다. 전관예우가 사라져 가는데도 여전히 실재하는 것처럼 의뢰인을 속이는 변호사들도 존재한다. 변호사만큼은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직업군으로 남아야 하는데, 그 신뢰 자체가 무너져 내리고 있다. 변호사 한 명 한 명의 가슴속에는 뜨거운 사명이 있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생계는 유지해야 법치주의를 실현할 수 있다.”

―신규 변호사 배출 수를 줄인다고 문제가 해결되나.

“그것이 첫걸음이다.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는 합격자 발표 직전 비공개 변호사시험 관리위원회에서 거수로 정하는데, 결정 과정이 투명하지 않다. 변호사 수급에 대한 체계적 연구와 정책적 판단도 없다. 지금 같은 ‘무대책’은 안 된다. 전문가 집단을 악화시키는 사회는 결국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된다. 법률가들이 책임과 윤리를 지키며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다져야 한다.”

―법원·검찰과 함께 법조계를 지탱하는 변호사회가 이익 집단화되면서 국가적 화두가 된 사법개혁에는 침묵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침묵한 적 없다. 모든 제도에는 장단점이 있다. 지난 3월 12일부터 시행된 ‘재판소원’은 사법부를 통제하는 장치로 작동하지만, 4심제처럼 운영되면 시간과 비용이 낭비된다. 한 번 더 억울함을 호소하고 싶은 국민이 있다면 기회를 주는 것이 맞다. 그 전에 재판소원 요건을 보다 명확히 하면서 매우 엄격하게 규정하는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이미 74건이 심리도 받지 못하고 각하됐다. 현행법상으로는 이 제도 자체가 국민을 부추기는 모양새다. 일선 변호사들에게도 ‘재판소원을 부추기는 상담을 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하고 있다. ‘웬만하면 하지 마시고, 정말 하고 싶으면 철저하게 요건을 갖춘 뒤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며 자제시키는 것이 개별 변호사에게 필요한 윤리다. ‘재심’처럼 ‘재판소원’이라는 새로운 제도하에서도 법률 전문가들이 나타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변호사단체의 역할이다.”

―보완수사권 폐지 등으로 논란이 큰 검찰개혁에 대한 입장은.

“중대범죄수사청 및 공소청 설치법이 이미 국회를 통과했는데도 여전히 찬반 논쟁이 지속돼 안타깝다.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국민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새로운 제도를 정비할 때다. 중수청 수사관이든 공소청 검사든 공직자로서 역할과 사명을 다해야 한다. 보완수사권이든 보완수사 요구권이든 법으로 주어진 권한을 통해 얼마든지 경찰을 통제할 수 있다. 오히려 경찰 통제 방법을 고도화하면서 수사와 기소를 각자 전문화할 때 국민 편익을 높일 수 있다.”

―우리나라 사법제도가 가야 할 방향은.

“우리나라 사법제도는 기형적이다. 많은 민사 영역이 형사 영역으로 변질돼 있다. 누군가 돈을 갚지 않으면 소송(민사)하라는 말보다, 경찰에 불려 가서 겁을 좀 먹도록 고소(형사)하라는 말부터 나온다. 고소·고발 건수가 일본의 30배에 달하는 형사공화국이다. 형사사건 결과가 민사사건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국민들이 형사사건에 더 의존하게 되는 악순환에 빠진다. 서로 수사권을 갖겠다며 기관끼리 싸우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결국 누가 더 강한 힘을 가져야 하느냐 아닌가. 이것 역시 형사 의존적 구조에서 발생하는 폐단이다.

민사 중심으로 사법구조를 바꿔야 한다. 수사구조 대개혁이 이뤄지는 올해를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 미국식 ‘디스커버리 제도’를 도입하면 민사에서도 충분한 증거 확보가 가능하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대폭 확대해 처벌 기능의 일부를 민사 영역으로 가져와야 한다. 형사는 처벌에 중점을 두지만, 민사는 피해 회복에 중점을 둔다는 점에서 다르다. 형사 절차에 의존하다 보니 정작 피해 구제가 부족하다. 분쟁을 민사로 해결하는 체계를 강화하면서 왜곡된 사법구조를 바꾸는 것이 진짜 사법개혁이자 검찰개혁이다.”

조순열 회장 프로필

△1972년생 △광주 숭일고 △성균관대 법대 △43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33기 △황소 법률사무소 대표 △법무법인 문무 대표변호사 △경찰청 시민감찰위원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 △제46대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 △제96∼97대 서울지방변호사회 부회장 △현 서울지방변호사회장

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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