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문학자의 서재

외계 문명과 처음 마주하게 된다면, 그 상대는 높은 확률로 과학자일 것이다. 성간 항해는 단순한 호기심이나 모험심만으로 감행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한 문명의 자원과 시간, 사회 전체의 합의가 필요한 거대한 결단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여정에는 반드시 절박하고도 분명한 목적이 필요하다. 그 목적 가운데 가장 설득력 있는 것은 결국 생존이다.

고향의 별과 행성이 위기에 처했고, 머나먼 우주 어딘가에만 해답이 있다면, 그때 가장 먼저 선택될 존재는 문제를 정의하고 가설을 세우며 관측과 실험으로 답을 찾아낼 수 있는 과학자일 가능성이 크다. 다만 그런 외계 과학자가 굳이 지구를 직접 찾아올 가능성은 낮다. 우주는 너무 넓고, 지구보다 자원적으로 더 매력적인 천체도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현실적인 조우는 한 문명이 다른 문명을 침공하거나 방문하는 방식이 아니라, 각자의 생존이라는 절박한 이유를 안고 우주를 떠돌던 두 문명이 우연히 서로를 발견하는 형태에 가깝다. 같은 행성 안에서는 더 발달한 문명이 먼저 다른 문명을 찾아갈 수 있지만, 별과 별 사이의 거리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그만큼 우주적 조우는 능동적 방문보다 우연한 발견에 가까워진다.

이 점에서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매우 인상적이다. 작품 속 그레이스와 로키는 서로를 위협하거나 굴복시키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수학과 물리라는 가장 보편적인 언어를 발판 삼아, 낯선 존재를 이해하고 협력하는 길을 천천히 열어간다. 그것은 외계 문명과의 만남을 침략과 전쟁의 상투적 서사 대신, 공감의 이야기로 바꾸어 놓는다. 결국 가장 현실적인 첫 조우는 누군가가 지구를 정복하러 오는 장면이 아니라, 각자의 세계를 구하려는 과학자들이 우주에서 우연히 만나 서로의 절박함을 알아보고 함께 해답을 찾는 장면에 더 가깝다. 같은 인간에게조차 버려지듯 우주로 내몰린 그레이스가 정작 전혀 다른 외계종족을 위해 목숨을 걸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인류를 초월한 인류애’일 것이다. 유난히 그런 인류애가 고픈 요즘,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이야기일 것이다.

지웅배 세종대 교수·천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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