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은 어떻게 세계를 위험에 빠뜨리는가
노엄 촘스키·네이선 J 로빈슨 지음┃ 심운 옮김┃메디치미디어
연초 베네수엘라에서 벌인 군사작전에서부터 이란을 향한 무력공격까지, 미국의 거침없는 행보에 전 세계는 공포에 떨어야 했다. 그렇지만 미국의 일방주의적 정책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전유물이라기보다 역대 대통령들로부터 이어진 ‘유구한 전통’에 가깝다. 미국은 건국 이래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국 정세에 개입해왔는데, 이는 미국 특유의 이상주의를 기반으로 정당화돼왔다. 비판적 지성으로 평가받는 원로학자 노엄 촘스키는 ‘밀레니얼 좌파 학자’ 네이선 J 로빈슨의 정리를 거쳐 펴낸 책에서 이같이 분석하며 “미국이 세계를 위험에 빠트려왔다”고 일갈한다.
촘스키는 미국이 “불편한 외국 정부를 전복시키고, 독재 정권을 지원하고, 국제법을 노골적으로 위반하고, 인도주의적으로 참혹한 결과를 불러온 전쟁마저 자행해왔다”며 사례를 조목조목 분석한다. 실제로 미국은 1970년대 합법적 칠레 정부를 전복시키려는 군부 쿠데타를 지원하기 위해 자금을 지원했고, 1989년에는 미국의 뜻대로 움직이던 파나마의 독재자가 독자 노선을 걷자 국제법을 무시하고 파나마를 침공했다. 책에는 이라크 전쟁, 베트남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등의 사례를 통해 철저히 자기중심적으로 패권을 휘둘러온 미국의 역사가 낱낱이 고발된다.
이를 지탱해 온 것은 미국의 이상주의, 그리고 자기 미화 신화다. 미국이 선의로 대외 정책을 펼친다는 믿음은 국민의 정치적 사고를 마비시키고 정치적 담론을 약화시켜 왔다. 2013년 유엔 주재 미국 대사로 지명된 서맨사 파워는 청문회에서 미국이 타국에서 저지른 또는 지원한 범죄를 질문받자 “미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한 나라”라고 답한다. 미국은 전 세계를 이끄는 국가이자, 가치를 지키는 선한 국가이며, 미국의 정책 중 잘못된 것은 없다는 의미다. 그러나 미국이 국제사회를 위한 선의로 포장한 것은 사실 자국의 이익이며, 심지어 이는 지배적인 위치에 있는 엘리트들의 이익에 불과했다.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과의 교류로 최근 곤욕을 치렀던 촘스키이지만 그의 날카로운 문제의식은 여전히 미국의 폐부를 찌른다. 552쪽, 3만8000원.
인지현 기자주요뉴스
시리즈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