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이 책
고양이가 커진 날
김효정 글·그림┃사계절
그런 날이 있다. 저녁 어스름 속에 얼굴을 감추어 보는 날. 움츠러든 마음을 아무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날. 그런 날에는 많은 말이 필요치 않다. 가만가만 나를 도닥여줄 그림책 한 권, 이를테면 김효정의 새 책 ‘고양이가 커진 날’이면 충분하다.
오늘 주인공은 어떤 하루를 보냈을까. 지친 걸음으로 계단을 밟는다. 겨우 도착한 집에서 주인공을 반겨준 건 주인공보다 커다래진 고양이다. 눈만 마주쳤을 뿐인데 고양이는 주인공의 마음을 다 안다는 듯이 외투와 가방을 받아 걸어준다. 얼떨떨해하는 주인공을 식탁 앞에 앉힌다. 그러고는 금세 따뜻한 밥상을 차린다. 갓 지은 밥,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 계란말이와 반찬, 커다란 생선구이까지. 하지만 주인공은 영 입맛이 없다. 이내 수저를 내려놓는다.
그 모습을 본 고양이는 두툼한 손으로 빵을 만들기 시작한다. 주인공은 고양이를 따라 밀가루 반죽을 주무르고 둥글린다. 알맞은 온도에서 빵이 구워질 때까지 숨을 고른다. 그사이 주인공의 마음도 조금씩 풀린다. 어느새 둘의 입가에 웃음이 묻어난다.
이 책에서 작가는 연필의 회색빛만으로 고양이가 커진 날의 부드럽고 포근한 분위기를 전달한다. 그리고 점차 노란빛으로 화면을 물들이면서 이야기의 온도를 높여간다. “괜스레 움츠러드는 날, 슬며시 손잡아 주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는 작가의 말처럼 이 책은 문득 위로가 필요한 마음을 꼭 안아준다. 이야기 속 고양이처럼 나에게 힘을 주는 존재, 혹은 그런 순간이 이미 내 가까이에 와 있음을 알아차리게 해준다. 44쪽, 1만5000원.
남지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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