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음식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의 내공을 시험해 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수산시장이나 횟집에 데리고 가서 민머리에 여덟 개의 긴 다리를 가진 이 연체동물을 대접하는 것이다. 흐물흐물한 식감, 칼로 자르고 나서도 꿈틀대는 모습, 토막 난 상태지만 입안에 쩍쩍 달라붙는 빨판을 경험하면 처음에는 누구나 손사래를 치기 마련이다. 우리는 이 음식을 흔히 ‘산낙지’라 부르고 전라도에서는 ‘탕탕이’라 부른다.
산낙지란 이름은 문제가 없는데 이것의 발음 때문에 종종 정체가 헷갈리기도 한다. 살아 있는 낙지를 가리키니 본래 ‘산 낙지’인데 흔히 쓰이니 한 단어로 굳어졌다. 그렇더라도 ‘산’을 길게 발음해야 하는데 거의 모든 사람이 짧게 말한다. 그러니 그 이름만 들으면 산(山)에 사는 낙지로 오인할 수 있다. 그러나 산에는 이런 종류의 연체동물이 없다는 상식 정도는 누구나 있으니 산에 가서 낙지를 찾지는 않는다.
그런데 산낙지란 이름은 왠지 이 음식의 특징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 바다든 수족관이든 살아 있는 낙지는 다 산낙지인데 접시에 올려진 이 음식은 좀 다르지 않은가? 그래서인지 낙지의 본고장인 전라도에서 부르는 ‘탕탕이’가 점차 퍼져 나가고 있다. 그 이름의 유래는 칼질 소리에 있다. 미끈거리고 흐물대는 이 생물을 자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도마에 올려놓고 칼로 탕탕 내려치는 것이니 그렇다.
그렇다면 이 동작은 어떤 동사로 표현하는 것이 좋을까? 칼은 자르고, 베고, 찌르는 데 쓰지만, 낙지 손질과는 잘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이때 가져다 쓸 수 있는 말이 전라도 말의 ‘좃다’이다. 표준어의 ‘쪼다’와 기원이 같은데 용법은 좀 다르다. ‘쪼다’는 새의 부리로 하는 동작에 가장 잘 어울리는데 칼로 탕탕 내리쳐 자르는 것은 동작이나 느낌이 좀 다르다. ‘탕탕이’와 ‘좃다’는 아직 사전에 없다. 아주 많은 사람이 낙지를 탕탕 좃아서 먹는데 말이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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