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권 논설위원

공천은 잘하면 대박, 못하면 쪽박이다. 잘한 공천으로 선거에서 이긴 당 대표는 대통령이 됐고, 공천에 실패한 대통령은 탄핵을 당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전자라면 윤석열 전 대통령은 후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양쪽에 해당된다. 잘한 공천은 위기 상황을 타개하고 선거판 전체를 뒤집는다.

제19대(2012년) 국회의원 선거가 그런 경우다. 당시 여당이던 한나라당은 이명박 정부의 레임덕에 측근 비리, 친이 대 친박 대결로 풍비박산 직전이었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바꾸고, 당 색깔도 파란색에서 빨간색으로 변경했다. 보수주의 정당이 빨간색을 쓴다는 것은 당시로선 파격이었다. 현역 의원 하위 25% 컷오프(공천 배제)가 처음 적용됐다. ‘정당 혁신’ 프레임이 야당의 정권 심판론을 덮었다. 100석도 못 얻을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152석을 얻었다. 박 비대위원장은 그해 12월 치러진 대선에서 승리해 대통령이 됐다.

더불어민주당이 180석을 얻어 대승한 제21대(2020년) 총선도 성공 사례다. 민주당은 ‘예측 가능한 시스템 공천’을 도입했다. 선거 1년 전 경선 룰 등을 확정해 특정인이 공천을 좌지우지하는 ‘사천’을 차단했다. 현역 의원 전원에게 경선 참여를 보장하면서 의정 활동, 지역구 활동 등을 평가해 하위 20%에게 감점을 주는 방식으로 물갈이에 성공했다. 공천 시스템은 제22대(2024년)까지 이어졌다.

최악으로는 제20대(2016년) 총선 새누리당 공천을 꼽는다. 그 유명한 ‘옥새 들고 나르샤’ 사건이 일어난 선거다. 박근혜 정부 후반기, 친박계와 김무성 대표를 중심으로 한 비박계 간 공천 전쟁이 터졌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이재오·임태희·주호영 의원 등 비박계 현역 의원을 대거 컷오프 했다. 유승민 의원에 대해서는 후보 등록 마감 직전까지 공천 여부를 발표하지 않는 방식으로 자진 탈당을 유도했다. 김 대표는 공천장에 필요한 당 대표 날인을 거부하고 부산으로 내려가는 ‘옥새 투쟁’을 벌였다. 공천 갈등은 유권자에게 오만함으로 비쳤고, 압승을 기대했던 선거는 122석을 얻는 데 그쳐 민주당에 1당 자리를 내줬다. 이는 1년 후 박 대통령 탄핵의 단초가 됐다. 잘못한 공천은 공관위원장과 당 대표의 정치적 최후도 비참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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