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식 해양경찰청장 직무대행
‘편안할 때 위태로움을 생각하고, 미리 대비하면 근심이 없다.’(居安思危 思則有備 有備無患·거안사위 사즉유비 유비무환)
중국의 고전 ‘춘추좌씨전’에 나오는 이 격언은 국제 유가 변동성이 커진 지금, 우리 바다를 지키는 해양경찰에 그 어느 때보다 무거운 울림을 준다. 중동 분쟁의 장기화로 인해 단순한 경제지표를 넘어 대한민국 해양 영토를 수호하는 해경의 함정(艦艇)도 유류를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엄중한 현실이 됐기 때문이다.
현재 해양경찰은 국제 유가 급등이라는 대외적 변수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시점에 서 있다. 국제 유가는 전년과 비교해 60%가량 가파르게 상승했다. 해경 함정은 24시간 우리 바다를 누비며 불법 외국 어선을 단속하고 국민을 구조해야 한다. 해양경찰 함정의 기름은 단순한 연료가 아니라 해양안보를 지탱하는 ‘생명선’과도 같다. 이에 해양경찰청은 유가 상승에 따른 재정적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해상 경비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있다.
첫째, 경비 방식을 기동 중심에서 ‘데이터 기반의 거점경비’로 체계를 점진적으로 전환하는 데 한층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넓은 해역을 단순히 순찰했다면, 이제부터는 해상 치안 빅데이터를 분석해 사고 발생 가능성이 큰 핵심 구역을 선별하고 함정을 전략적으로 배치한다. 불필요한 기동은 줄이되, 감시의 밀도는 더욱더 촘촘하게 하는 전략이다.
둘째, 첨단 과학기술을 접목한 ‘지능형 감시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대형 함정이 직접 움직이지 않아도 드론, 소형 무인선박, 저궤도 위성 정보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입체적인 그물망 감시를 수행한다. 이는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함과 동시에,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사각지대까지 인공지능(AI)이 샅샅이 감시하는 첨단 경비 체계로의 진화를 의미한다.
셋째, 현장 직원들이 주도하는 자발적인 ‘에너지 다이어트’다. 함정별 엔진 특성에 맞춘 최적의 경제속도를 준수하고, 정박 중 육상 전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등 현장의 작은 지혜들을 모으고 있다. 실제로 ‘유류절약 태스크포스(TF)’를 통해 발굴된 과제를 현장에 적용한 결과, 함정별 유류 소모 효율이 전년과 비교해 10% 이상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비상대응체계를 가동한 것은 국가적 에너지 위기 극복에 동참하는 매우 시의적절한 조치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이 해상 안보나 구조활동 등 해양경찰 본연의 임무를 다하는 데 걸림돌이 돼서는 절대 안 된다. 오히려 지금은 기존의 비효율을 걷어내고 첨단기술을 접목해 더욱 ‘영리하게’ 바다를 지켜야 할 때다. 애초 예상보다 장기화하는 이번 중동 사태를 계기로 함정 운용 방식을 스마트하고 효율적인 구조로 혁신해야 한다. 이러한 체질 개선은 견고한 해양 안전망을 구축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믿는다.
바다는 언제나 예기치 못한 도전을 요구한다. 지금의 유가 폭등 역시 우리가 넘어야 할 거친 파도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해양경찰이 바다 위에서 펼치는 유류 절감은 단순한 비용 아끼기가 아니다. 그것은 어떤 외부 환경의 변화 속에서도 우리의 바다를 더욱 굳건히 지키기 위한 해양경찰의 ‘또 다른 전투’이다. 우리는 ‘절감’이라는 돛을 올리고 ‘첨단기술’이라는 노를 저어가고 있다. 어떤 거친 환경 속에서도 국민이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는 ‘안전한 바다’를 만들기 위해 흔들림 없이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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