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남 논설위원

 

中 중재 외교로 미국·이란 휴전

이란 정권 붕괴 美 전략 저지와

중동 中인프라 보호가 주목표

 

인류운명공동체 등 표명해도

일대일로는 패권 추구가 본질

경제 종속 넘어야 설득력 확보

8일 미국과 이란 간 ‘2주 휴전’ 성사에 중국의 중재가 효력을 발휘했다. 중국은 미국이 이란 에너지 시설을 공격할 경우 경제에 미칠 충격을 경고하며 협상 수용을 압박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중국은 전쟁 초기 무력 사용 중지를 요구하면서도 행동에 나서진 않았다. 하지만 지난달 말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파키스탄 외교장관과 중동 평화 5대 이니셔티브를 발표한 뒤 사우디아라비아·독일·유럽연합(EU) 외교장관과 연쇄 통화로 조속한 적대행위 중단을 촉구했다.

중국이 왜 적극적으로 바뀌었나. 미국의 중동 전략 저지와 자국의 글로벌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인 일대일로(一帶一路) 보호를 위해서다. 미국이 이란을 초토화해 친중(親中) 성향 이란 정권이 무너지면 미국의 중동 전략은 성공한다. 이스라엘의 최대 안보 위협인 이란의 강경 이슬람 시아파 정권이 제거되면 이스라엘이 사우디아라비아 등 수니파 국가들과 정식 수교하는 ‘아브라함 협정’이 완성될 수 있다. 이는 중동을 평정한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 견제에 더욱 집중할 힘과 공간을 제공한다.

중국 입장에서는 이란이 무너지면 일대일로의 중동 거점이 사라진다. 2021년 중국과 이란은 향후 25년 동안 4000억 달러(약 604조 원)를 이란 인프라에 투자하고, 그 대가로 이란산 원유를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받는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을 맺었다. 이란 원유 수출의 80∼90%가 중국으로 향한다. 낮은 에너지 가격은 중국 제조업 경쟁력의 원천이다. 이란도 국제 제재 속에 경제 탈출구인 중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란은 ‘페트로 달러’에 맞서는 중국 ‘페트로 위안’의 테스트베드이기도 하다. 또한, 중국이 걸프국가들과 진행해온 수백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에너지·데이터센터 등 각종 일대일로 프로젝트도 흔들릴 수 있다.

미국의 대이란 전쟁으로 글로벌 경제 충격파가 거세지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국내외에서 우군을 잃은 상태였다. 트럼프 입장에선 휴전과 종전의 명분이 필요했는데, 중국 중재로 출구가 마련된 셈이다. 중국은 글로벌 평화와 안정의 수호자 이미지도 갖게 됐다. 트럼프의 일방적 정책으로 인해 그동안 글로벌 비호감 국가였던 중국이 최근 미국을 호감도에서 역전했다는 세계 시민 대상 갤럽 여론조사도 나왔다.

표면상 중국은 명분과 실리를 얻은 것처럼 보인다. 중국은 다자주의, 주권 존중, 세계 평화 수호, 내정 불간섭 등을 실천하는 글로벌 거버넌스 개혁을 촉구한다. 대외 정책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주창한 ‘인류운명공동체’ 건설을 목표로 ‘신형국제관계’를 구축하려 한다. 특히, 중국은 아시아·아프리카·남아메리카 등의 개발도상국을 지칭하는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의 일원이라며 연대를 강조하고 있다. 이들 국가에 각종 인프라를 건설하는 일대일로는 연대의 경제적 기초를 형성한다.

중국의 글로벌 사우스론은 뿌리가 깊다. 백지운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의 ‘반둥에서 일대일로까지’ 논문에 따르면, 1955년 중국은 인도 등과 함께 아시아·아프리카 29개국이 모여 반제국주의·민족자결 정신을 공유한 반둥회의의 주역이었다. 1950년대 말 소련과 이념 투쟁을 거치면서 미국과 소련 외 ‘두 개의 중간지대론’, ‘3개 세계론’을 제기했다. 제3세계 국가들을 놓고 소련과 주도권 경쟁도 벌였다. 미·중 전략 경쟁으로 바뀐 21세기에 글로벌 사우스와 초대형 연합전선 구축을 위해 기획한 게 바로 일대일로이다. 그러나 운명공동체, 거버넌스 개혁 등을 명분으로 한 일대일로는 실상은 미국을 포위하려는 중국의 세계 패권 전략이다. 덩샤오핑(鄧小平)이 주장한 ‘도광양회(韜光養晦·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름)’의 21세기 버전이다.

덩은 1978년 연설에서 말했다. “사회주의 중국은 영원히 제3세계에 속할 것이며 영원히 패권을 휘둘러서는 안 된다. 중국이 발전한 후에 오만방자하게 세계에서 패권을 휘두르고 사사건건 간섭한다면 제3세계의 계적(界籍)에서 스스로를 제명시킬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제3세계는 일대일로에 대해 경제 종속과 부채 함정을 두려워한다. 중국이 실리를 챙기는 중재 외교를 넘어 호혜 평등과 글로벌 공공재 제공으로 미국을 대체할 대안 질서를 구축할 수 있을까.

김충남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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