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2주 휴전 조건인 ‘호르무즈 개방’ 원칙을 어기고 통행료 부과 방침을 고수해 미국·이란의 종전 협상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9일 성명에서 “호르무즈 해협의 관리·통제를 새 차원으로 격상시킬 것”이라고 했다. 특히 “휴전은 이란 승리를 공고화하는 방편”이라며 자신감도 보였다. 이란은 지난 8일 휴전 후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공격하자 휴전 합의 위반이라며 해협을 봉쇄했고, 이후 선박을 조건별로 통과시키며 통행료를 부과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혼선도 이란의 강경 태도를 부추기고 있다. 그는 8일 ABC방송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에 대해 “미·이란 합작 징수 방안을 검토중”이라며 “다른 세력으로부터 해협을 보호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전쟁까지 벌인 적대국과 야합해 ‘해적’처럼 통행료를 뜯겠다는 어처구니없는 발상에 대해 국내외 비판이 쏟아지자 9일 SNS엔 “그들이 그렇게 하고 있다면 중단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강행은 해양법에 관한 유엔 협약 체제를 정면 위반하는 것이다. 이란의 억지를 용인하게 되면 말라카 해협이나 대만해협 등에서의 항행의 자유가 위협받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해상 물류 이동에 장애가 생겨 자유무역에 기반한 세계화 시대는 끝나게 될 것이다. 이란과 호르무즈 해협을 공유하는 오만 정부가 9일 “인공운하가 아닌 자연 통로에 어떤 수수료도 부과할 수 없다”며 해협 통행료 반대 입장을 밝힌 배경이다.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11일 시작되는 협상엔 종전 조건, 이란의 핵 개발, 제재 해제 등 많은 난제가 있지만,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 항행의 자유 원칙을 관철해야 한다. 정부도 40여 개국이 참여하는 영국 주도의 ‘호르무즈 개방 연합’ 회의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한국의 발언권을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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