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열띤 분위기에서 진행된 1차 국민경제자문회의는 기존의 ‘정부 측 거수기’에서 벗어나 제 목소리를 내려는 신호탄으로 읽힌다. 헌법기관(제93조)인 만큼 이제 거시적 담론을 제시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등대 역할을 해내야 한다. 민간과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반영해 정부 정책의 외연을 넓히는 역할도 맡아야 한다.
이번 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비정규직을 내쫓는 비정규직 보호법’이란 비판은 주목할 만하다. 20년 전 비정규직 남용을 막기 위해 도입했던 ‘2년 제한’ 규정이 1년 11개월짜리 ‘쪼개기 계약’만 양산하는 부작용을 낳은 것이다. 기간제 근로자 수도 그 사이에 481만 명으로 오히려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원래의 법 취지는 무색해졌고 ‘약자인 비정규직을 더 힘들게 하는’ 규제의 역설만 낳았다. 앞으로 이념이 아니라 실용의 관점에서 접근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의지는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 민노총의 반발과 더불어민주당의 저항을 어떻게 뚫을지가 관건이다.
기업의 비업무용 토지를 다시 검토하겠다는 언급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1989년 도입한 누진적 종합토지세와 징벌적 토지초과이득세는 외환위기 극복과 기업 투자 유치를 위해 1990년대 말 대부분 폐지됐다. 그 결과 기업이 보유한 비업무용 토지는 2024년 기준 여의도 면적의 730배(2126㎢)에 달할 만큼 팽창했다.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과도한 규제는 경계해야 하지만, ‘부동산 재테크’에 자본이 묶여 있지 않은지 옥석을 가려낼 시점이 됐다.
국민경제자문회의는 역대 정부마다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미약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식기반경제’ ‘저탄소 녹색성장’, 네거티브 방식의 ‘규제 샌드박스’ 등 시대적 이정표를 세운 성과물도 적지 않았다. 이 회의에서 김성식 부의장은 ‘성장다운 성장, 포용다운 포용’이라는 주목할 만한 화두를 던졌다. 앞으로 자문회의가 인공지능(AI) 시대에 초연결·초지능 혁명을 이끄는 나침반으로 자리매김해주길 기대한다. 제기된 정책 제언은 당연히 실제 예산과 정책, 입법으로 이어져야 한다. 정부가 유기적인 시스템으로 이를 뒷받침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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