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챗(XChat) 소개 페이지. 엑스(X) 캡쳐.
엑스챗(XChat) 소개 페이지. 엑스(X) 캡쳐.

종단간 암호화 전면에 내세운 ‘슈퍼앱’ 전략

EU·뉴욕 규제 압박 속 “표현의 자유 vs 통제” 충돌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소셜미디어(SNS) 엑스(X·옛 트위터)가 독립형 메신저 ‘X챗’을 출시하며 플랫폼의 ‘텔레그램화’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강력한 암호화를 내세우면서 개인정보 보호 강화와 범죄 악용 가능성이 동시에 커지는 양상이다.

12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X는 기존 다이렉트메시지(DM) 기능을 분리한 메신저 앱 ‘X챗’을 오는 17일 선보일 예정이다. X챗은 주고받는 메시지에 종단간암호화(E2EE)를 적용해 송신자와 수신자 외에는 내용을 확인할 수 없도록 설계됐다. 서비스 제공자조차 대화 내용을 들여다볼 수 없는 구조다. 여기에 대화 내용 추적을 하지 않고 광고도 탑재하지 않는 점을 강조하며 ‘사생활 중심 메신저’를 표방하고 있다.

머스크는 X를 콘텐츠 소비 플랫폼을 넘어 통신, 결제, 커뮤니티 기능을 아우르는 ‘슈퍼앱’으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을 지속적으로 밝혀왔다. 실제로 X는 음성·영상 통화, 파일 공유, 금융 결제 기능까지 통합하는 방향을 추진 중이다. 이용자가 플랫폼을 벗어나지 않도록 생태계를 구축하고, 그 안에서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계산이다. 머스크는 2022년 트위터 인수 직후에도 중국의 ‘위챗’을 언급하며 “그 수준에 도달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X챗은 카카오톡 같은 범용 메신저보다는 익명성과 강한 보안을 앞세운 텔레그램과 유사한 성격을 띤다는 평가가 나온다. 종단간암호화는 이용자 정보를 외부에서 열람할 수 없도록 하는 기술로, 보안 업계에서는 가장 강력한 보호 수단으로 꼽힌다.

다만 이러한 구조는 수사기관의 접근을 어렵게 만드는 이른바 ‘다크 현상(Going Dark)’을 초래한다. 실제로 텔레그램은 성착취, 마약 유통, 딥페이크 범죄 등 각종 불법 활동의 통로로 지목돼 왔다. 텔레그램이 오랜 기간 수사기관 공조에 소극적이었던 점도 이런 문제를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텔레그램은 ‘표현의 자유’를 앞세워 정보 제공을 거부해오다, 창업자인 파벨 두로프가 지난해 8월 프랑스에서 체포된 이후 정책을 바꿨다. 지난해 6월 기준 한국 경찰의 수사 자료 요청에 95% 이상 응답하는 등 협조 수준이 크게 높아졌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로이터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로이터연합뉴스

머스크는 X 인수 이후 콘텐츠 중재를 축소하고 표현의 자유를 강조해왔다. 이러한 기조 속에서 암호화 메시징 기능을 강화하는 것은 이용자 통신에 대한 플랫폼 개입을 최소화하겠다는 방향으로 읽힌다. 특히 이란 등 일부 중동 국가처럼 표현의 자유가 제한된 지역에서는 검열을 피해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도 나온다. 다만 암호화 기반 서비스가 범죄에 활용될 가능성 역시 꾸준히 제기되는 만큼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같은 행보는 각국 규제 당국과의 충돌을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유럽연합(EU)은 디지털서비스법(DSA)을 근거로 지난해부터 X의 콘텐츠 관리와 투명성 문제를 조사해 왔으며, 최근에는 1억2000만유로(약 2059억 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EU는 X의 광고 투명성 부족, 연구자 데이터 접근 제한, 인증 시스템 설계 문제 등을 지적하며 플랫폼 책임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규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뉴욕주는 지난해 12월 소셜미디어 기업이 혐오 발언과 허위정보를 어떻게 관리하는지 공개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을 도입했고, X는 이를 “정부가 콘텐츠 기준을 강제하는 것은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머스크는 X 인수 이후 콘텐츠 중재 정책을 대폭 완화하며 ‘언론의 절대적 자유’를 강조해왔다.

한편 빅테크 기업 간 메시징 전략은 엇갈리는 모습이다. 메타는 인스타그램 DM의 종단간암호화 기능을 이용률 저조를 이유로 중단하기로 했고, 틱톡(TikTok) 역시 플랫폼 안전성 저하를 이유로 암호화 도입에 선을 그었다.

김린아 기자
김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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