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전남 완도의 한 수산물가공공장 냉동창고에서 불이 나 소방대원들이 진화하고 있다. 전남소방본부 제공
12일 전남 완도의 한 수산물가공공장 냉동창고에서 불이 나 소방대원들이 진화하고 있다. 전남소방본부 제공

에폭시 작업 중 유증기 폭발 가능성

소방관 2명이 순직한 전남 완도 수산물 냉동창고 화재의 원인으로 에폭시 작업 중 사용된 토치 불씨가 지목됐다. 밀폐된 창고 내부에 인화성 유증기가 축적된 상태에서 불이 붙으며 화재가 급격히 확산된 것으로 잠정 파악됐다.

12일 전남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25분쯤 완도군 군외면 한 수산물 가공업체 냉동창고 2개 동 가운데 1개 동에서 불이 났다. 구조된 업체 관계자는 “에폭시 작업 과정에서 토치를 사용하던 중 불이 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과 경찰은 작업 과정에서 발생한 인화성 물질에 불씨가 옮겨붙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특히 화재가 발생한 냉동창고는 벽면과 천장이 우레탄폼 등이 포함된 샌드위치 패널 구조인 데다 내부가 밀폐돼 있어 유증기가 외부로 빠져나가기 어려운 환경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초기에는 불꽃이 외부로 드러나지 않다가 내부에 축적된 유증기가 한꺼번에 폭발하며 화염이 급격히 번졌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로 소방당국은 이날 오전 8시55분쯤 천장 부근에 쌓여 있던 유증기에 의한 폭발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신고 직후 해남소방서 북평지역대와 완도소방서가 출동해 진화에 나섰다. 오전 8시38분쯤 이뤄진 1차 진입에서는 발화원을 특정할 만한 뚜렷한 화염이나 연기를 확인하지 못해 일단 철수했다. 이후 외부에서 상황을 재정비하던 중 창고에서 다시 연기가 새어 나오자, 발화 지점을 확인하면 초기 진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오전 8시47분쯤 2차 진입을 진행했다.

그러나 2차 진입 직후 상황은 급변했다. 대원들이 내부 상황을 점검하던 중인 오전 8시55분쯤 창고 내부에서 갑작스럽게 화염이 크게 분출했다. 소방당국은 이 시점을 유증기 폭발이 일어난 시점으로 보고 있다. 곧바로 “대피하라”는 지시가 내려졌고, 진입 대원 7명 중 5명은 무사히 빠져나왔지만 완도소방서 소속 A(44) 소방위와 해남소방서 북평지역대 소속 B(31) 소방사는 미처 탈출하지 못했다.

당시 창고 내부는 짙은 연기와 유독가스로 가득 차 있었고 고열까지 더해지면서 신속동료구조팀(RIT)의 진입도 쉽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수색 끝에 A 소방위는 오전 10시2분쯤 출입구 안쪽 5m 지점에서, B 소방사는 오전 11시23분쯤 주 출입구 안쪽 3m 지점에서 각각 발견됐으나 끝내 숨졌다. 이 화재로 소방공무원 2명이 순직했고, 업체 관계자 1명은 연기를 흡입해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A 소방위는 1남 2녀를 둔 가장이었고, B 소방사는 최근 웨딩촬영을 마치고 오는 10월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조만간 합동 감식을 통해 정확한 화재 원인과 함께 유증기 폭발 여부, 진화 과정의 대응 적절성, 소방대원 순직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김린아 기자
김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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