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한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전 한국증권학회 회장
최근 대통령은 비정규직 문제를 단순한 고용 형태가 아니라 우리 경제의 구조적 비효율을 초래하는 핵심 과제로 지적하며, 같은 일을 하면서도 고용이 불안정한 근로자가 더 낮은 보수를 받는 것은 잘못된 구조라고 강조했다.
현재 우리 노동시장에서 비정규직은 전체 임금근로자의 약 38% 안팎이다. 특히 청년층에서는 그 비중이 40%를 넘어서는 등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임금 격차다. 동일하거나 유사한 업무를 하는데도 비정규직의 임금은 정규직 비해 약 60∼70% 수준에 불과하다. 이러한 구조는 단순한 소득 불평등을 넘어 노동시장 전반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비정규직의 폐단은 여러 측면에서 나타난다. 우선, 정서적 측면에서 지속적인 패배감을 유발한다. 같은 조직 내에서 일하면서도 언제든 계약이 끝날 수 있다는 불안은 소속감과 책임감을 약화시킨다. 사회적으로도 고용 불안정은 소비 위축과 미래 계획의 포기로 이어지며 구조적 불안 요소가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생산성이다. 단기 계약은 근로자가 업무를 깊이 있게 배우고 장기적으로 숙련도를 높이려는 동기를 약하게 한다. 이는 기업에 반복적인 교육 비용과 낮은 업무 효율로 이어지며 결국 국가 전체의 생산성을 떨어뜨린다.
이 문제의 현실적인 대안으로 비정규직을 점진적으로 무기(無期)계약직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겠다. 무기계약직은 고용 기간의 안정성을 제공하면서도 정규직보다 일정 수준의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는 중간 형태다. 근로자는 고용 불안에서 벗어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역량을 축적할 수 있고, 기업은 숙련된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물론 무기계약직에도 단점은 있다. 해고가 상대적으로 쉽다는 점은 근로자에게 또 다른 불안이 될 수 있고, 기업이 이를 남용할 우려도 있다. 그러나 해고는 기업에도 절대 가벼운 선택이 아니다. 신입 사원을 채용하면 최소 2∼3년은 교육과 경험 축적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숙련된 인력을 양성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든다. 어렵게 키운 인력을 쉽게 내보내는 것은 기업에도 경쟁력의 손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해고가 가능하다고 해서 기업이 무분별하게 인력을 감축할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현실과 거리가 있다. 오히려 정상적인 경영 환경에서는 숙련된 인력을 유지하는 것이 기업에 더 유리하다. 다만, 경기 침체나 산업구조 변화 등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해고가 필요한 상황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해고 자체를 막는 게 아니라, 이후의 충격을 사회적으로 완화하는 장치다. 국가가 사회안전망을 통해 일정 기간 기존 임금의 70∼80%를 보전해 주고, 재교육과 전직 지원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제공한다면 근로자의 불안은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이는 단순한 복지정책을 넘어 노동시장의 효율성을 높이는 투자이기도 하다.
결국 이러한 제도적 보완을 하게 되면, 무기계약직은 기업에는 필요한 유연성을 제공하고 근로자에게는 실질적 안정성을 보장하는 제도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이는 노동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기업 경쟁력과 국가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귀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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