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미 문화부 차장

유치원 교사의 고충을 담은 코미디언 이수지의 패러디 영상 ‘유치원 교사 이민지 씨의 끝나지 않는 24시간’이 공개 닷새 만에 조회 수 430만 회를 기록하며 급속도로 확산 중이다. 얼마 전 부천 유치원 교사 사망 사건과도 겹쳐 그 파급력이 더 크다. “현실은 더하다” “보는 내내 눈물이 났다”는 수많은 ‘이민지’의 폭로와 함께, “수면 위로 올려줘서 고맙다” “유치원 교사들의 처우가 개선되길 바란다” “진상 부모들 반성했으면” 등 시청자들의 소회와 바람, 당부가 2만 개 넘는 댓글로 이어지고 있다. 화제를 넘어 현상이 된 영상은 이제 일종의 ‘사회적 증언’으로 소비되고 있다. 이수지의 유튜브 채널은 지금, 거대하고 열띤 ‘공론의 장’이다.

최근 국내 코미디는 현실을 재현해내는 ‘하이퍼 리얼리즘’이 대세다. 화제와 공론의 중심에 선 이수지의 유치원 교사 영상은 그 흐름을 타면서도 궤를 달리한다. 다시 말해, 단순한 하이퍼 리얼리즘의 성취를 넘어선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이민지 씨’의 기괴한 추임새와 충혈된 눈, 턱까지 내려온 눈그늘, ‘괜찮음’을 필사적으로 연기하는 모습은 웃음을 자아낸다. 그러나 끝맛은 비릿하고 쓰다. 즉, 해당 영상의 성공은 ‘웃겨서’가 아니라, ‘웃고 난 다음’에 오는 무거움 때문이다. ‘왜 우리는 한 노동자의 붕괴를 보며 웃고 있는가’ ‘저 광기는 과연 누구의 책임인가’…. 웃음이 끝난 자리에서 시작되는 사회적 사유. 그것은 코미디가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높고 서늘한 경지다. ‘웃음’으로 유인한 뒤, ‘질문’이란 방에 우리를 가둔다. 웃음에 기습당한 우리는, 불편한 진실 앞에 선다. 그러니 이것은 21세기 ‘풍자 코미디’의 가장 탁월한 사례이면서, 동시에 가장 ‘재밌는’ 형태의 21세기 ‘게릴라 저널리즘’이다.

이수지의 영상이 화제를 모은 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 그리고 현대의 다양한 인간 군상의 외형과 태도를 복제해 내는 걸로 정평이 나 있다. 앞선 히트작은 이른바 ‘학군지’인 대치동 학부모의 패션과 말투를 흉내 낸 ‘제이미맘’이었는데, 이때는 특정 지역·계층에 대한 조롱이 지나치다는 비난도 일었다. 그러나 이번 영상 속 과장된 몸짓의 유치원 교사를 비웃는 사람은 없다. 그것은 영상이 ‘이민지 씨’를 통해, 그를 사지로 몰아넣는 ‘구조적 폭력’을 영리하게 재현했기 때문이다. ‘조롱’ 대신 ‘고통의 시스템’을 드러내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찰리 채플린이 ‘모던 타임스’에서 기계 부품처럼 변해가는 노동자를 연기했을 때, 대중이 산업화의 비인간성에 분노했던 것처럼 말이다.

전 국민이 이 영상을 봤으면 한다. 조회 수가 400만 아니라 4000만을 넘겼으면 한다. 실컷 웃고, 밀려오는 부채감을 어떻게 전환할지 모두 고민했으면 한다. 웃음기를 거두고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의미다. 코미디가 들춰낸 현실을 똑바로 마주하고 수선해 나가는 ‘사회적 책임’이 바로 그것일 터, 희극인이 마련한 뜨거운 공론장으로 들어가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것은 정치와 제도, 그리고 기성 언론의 몫이다. ‘정색’하고 달려들어 ‘구조적 해답’을 찾아야 한다. 그 응답이 지체될수록 우리가 지불해야 할 사회적 비용은 더욱 뼈아픈 비극으로 되돌아올 것이다.

박동미 문화부 차장
박동미 문화부 차장
박동미 기자
박동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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