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에서
SK하이닉스가 ‘반도체 메가사이클(장기 초호황)’에 힘입어 직원 1명당 평균 13억 원에 달하는 성과급을 지급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산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경쟁사인 삼성전자 노동조합은 SK하이닉스보다 더 높은 성과급 지급 비율을 요구하며 다음 달 총파업까지 예고해 논란은 일파만파로 확산할 조짐이다.
이들 회사 노조는 인재 확보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주장하지만, 개별 성과와 역량을 따지지 않는 보편적 성과급은 결국 미래 경쟁력 확충을 위한 동력만 갉아먹은 채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13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내년 성과급 13억 원 지급설(說)은 글로벌 투자은행(IB) 맥쿼리증권이 추산한 2027년 SK하이닉스 영업이익 전망치인 447조 원이 바탕이다. 이를 달성하면 초과이익분배금(PS) 재원은 10%인 44조7000억 원으로, 전체 직원 수(3만4500명)로 환산하면 1인당 평균 12억9000만 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이 같은 계산은 다소 과장된 수치라는 게 반도체 업계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범용 D램 가격 상승세가 멈추며 올해 하반기가 반도체 ‘피크아웃(정점 통과)’이 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며 “과장된 실적으로 성과급을 예단하는 건 논쟁만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삼성전자 노동조합은 SK하이닉스의 성과급에 자극을 받아 총파업을 불사하며 사 측을 압박하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는 SK하이닉스보다 높은 연간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요구하고 있는데, 올해 추정 금액으로 환산하면 40조5000억 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주주 배당금에 사용된 재원의 4배, 지난해 연구·개발(R&D)에 투자한 37조7000억 원보다 많다.
구글·애플·엔비디아 등 미국 빅테크(거대 기술기업)는 거액의 현금 대신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등 미래 가치와 연동된 보상 방식을 택하고 있다. 직원이 기업 성장에 기여하고 그 결실을 장기적으로 공유하게 함으로써 ‘원팀’ 정신을 고취하는 방식이다. 또한 철저한 차등 보상이 원칙이다. ‘S급’ 핵심 인재에게는 상상 이상의 보상을 제공하되, 일반 직군에는 시장 평균 수준의 대우를 유지한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과 직원, 주주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 성과급 제도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호준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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