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CC 세종공장 이달말 가동중단
플라스틱 강도 높이는 기반소재
자동차·전기·건축 설비에 활용
KCC, 3년간 1000억 적자폭탄
중국산 저가제품에 경쟁력 상실
中, 철강·석화 등 대거 자금지원
국내 수출업계 생존 위기 심화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산 저가 공세에 시달리면서 3년간 약 1000억 원 적자를 냈던 KCC 유리장섬유 세종공장이 이달 말 가동을 중단한다. 국내 유일 유리장섬유 토종기업 생산시설인 이곳이 문을 닫게 되면 중국의 가격 정책에 휘둘릴 수밖에 없게 될 것으로 보인다. 2021년 중국의 수출 중단 조치로 국가적 대란에 빠질 뻔한 ‘요소수’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3일 산업계에 따르면 KCC 유리장섬유 세종공장은 가동 중단 절차를 밟고 있다. KCC는 이르면 다음 주 이사회에서 이를 최종결정할 예정이다. 가동 중단 확정 시 직원들은 고용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전환 배치될 예정이다.
유리장섬유는 산업 경쟁력을 떠받치는 ‘기반 소재’다. 각종 플라스틱과 복합소재 강도를 높여 줘 자동차 경량화 부품부터 전기·전자, 건축·토목 자재, 선박, 풍력 설비까지 활용 범위가 넓다. 국내에 있는 유리장섬유 생산 공장은 세종과 경북 김천시 단 2곳이다. 김천 공장은 인도업체인 한국지알이 가동 중이다.
KCC 세종공장은 2018년 적자 전환한 데 이어 최근 3년간 1000억 원가량 적자를 기록했다. 수익성은 갈수록 악화하는 추세다. 적자 폭이 커진 데다 향후 설비 유지·보수에 필요한 추가 투자 부담까지 고려하면 더 이상 정상 가동을 이어 가기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파악됐다. 당초 KCC는 유리장섬유 성장 가능성을 보고 1998년 공장을 세운 데 이어 2019년 증설 투자까지 단행했다. 생산 효율을 높이고 원가 절감 방안을 찾는 동시에 반덤핑 제소 검토 등 대응책도 모색했으나 결국 중국산 저가 공세를 버티지 못한 것이다.
중국산 저가 제품 탓에 판매 단가가 내려가자 국내 소재 산업 생산기반도 흔들리고 있다. 국내 공장은 중국보다 에너지 비용 부담이 큰 만큼 정부 지원을 받는 중국 유리장섬유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없는 구조다.
중국업체들은 연간 300만t 규모의 초대형 생산설비와 현지 원재료 조달 경쟁력, 러시아산 LNG 등 낮은 에너지 비용을 발판으로 가격을 낮춰 유리장섬유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국내에서 중국산 비중이 빠르게 늘면서 가격 질서가 무너졌고, 국내 기업들은 원가도 못 건지는 처지에 내몰리게 됐다. 품질과 기술력만으로는 버티기 어려운 구조가 된 것이다.
중국 정부의 대규모 지원과 공급 과잉이 저가 수출로 이어지며 국내 철강, 석유화학, 배터리 산업도 위기에 처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중국 강재 수출량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20% 이상 늘었지만 수출 단가는 19.4% 떨어졌다. 2023년 국내 석유화학 수출액은 전년보다 15.9% 줄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산업용 전기요금이 가정용보다 더 비싼 유일한 나라인데 제조원가를 낮추기 위해 전기요금 합리화가 가장 시급하다”며 “소재난과 국제유가 폭등이 겹치면 우리 산업에 재앙 수준”이라고 말했다.
권도경 기자, 이소현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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