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우 ‘화산(花傘)’, 지름 130㎝, 실크에 염료, 2026.
박정우 ‘화산(花傘)’, 지름 130㎝, 실크에 염료, 2026.

봄비 후 며칠 쌀쌀하더니 다시 따스해졌다. 아니, 더워졌다. 우리 말과 글을 사랑하는 어떤 외국인이 ‘꽃샘’이란 말, 너무도 아름답지 않냐고 말했다. 정말 그런가 싶어 영어식 표현을 찾아보니 ‘갑작스럽게 온 추위’(cold snap) 정도였다. 자연현상을 함축한 우리의 의인화 표현 자체가 정말이지 시적이다.

벚꽃이며 라일락이며 절정일 때 박정우의 그림은 문자 그대로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화산(畵傘)이며 화산(花傘)인 것이 햇살이 거북할 땐 양산이고, 비가 올 땐 우산이다. 고답적인 것을 싫어하는 작가답다. 항상 예술은 삶과 함께할 때, 살아 있는 것이라 역설하고 있다. 액자 속에 가두는 것보단 훨씬 활기차다.

작가는 염료로 그리기를 한다. 물감이 섬유 조직 표면에만 머무르지 않고 뒤에까지 침윤시키기 위해서다. 납염(蠟染)과 페인팅의 협업으로 꽃잎의 디테일부터 여백까지 몽환적이며, 배색 또한 강렬하다. 패치워크에 의한 조합도 우산의 묘미를 더한다. 비 오는 날 더 화려하고 생기 넘치는 우리 도시를 상상해본다.

이재언 미술평론가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