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헌법학
이원석 전 검찰총장이 오랜만에 입을 열고 국회의 ‘조작기소 국조특위’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이번 국조특위에 대한 비판은 적지 않지만, 이 전 총장의 비판이 주목받는 것은 그가 윤석열 정부에서 검찰총장을 지냈으나 호남 출신의 중도적 인물이라는 평가 때문일 것이다. 그동안 윤 정부와 검찰에 대한 공격에도 침묵하던 그가 이번에 국회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가한 것은 국조특위가 정상을 벗어나도 너무 많이 벗어났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주장이 모두 옳다고 할 수는 없어도, 적어도 다음 3가지에 대해서는 많은 국민이 공감할 것이며, 그 파장은 작지 않을 것이다.
첫째, 형사사법의 정교한 절차를 무너뜨리고, 법원의 법정을 국회로 옮기려고 한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법원이 판단해야 할 것을 국회가 하려 한다는 것은 삼권분립 위반일 뿐 아니라, 이해충돌 측면에서도 납득하기 어렵다. 만일 조작기소가 사실이라면 설득력 있는 증거를 법원에 제출해 무죄 판결을 받아야 할 텐데, 왜 국회가 나서서 이를 국정조사 하는 것이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주장했던 것처럼 공소 취소를 한다는 것도 정상은 아니다. 더욱이, 국정조사가 정치적 편향성을 갖고 진행된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으며, 이렇게 내려진 국조특위의 결론이 법원의 판단을 뒤집을 수 있게 된다면, 형사사법체계 전체가 무의미하게 된다.
둘째, 조작 의혹이 제기된 바 있는 다른 수많은 사건과 달리 이 사안에 대해서만 국정조사를 하고, 이를 통해 법원의 판결을 무력화하려는 것은, 기왕에 추진되던 사법개혁 등과 맞물려 법 앞의 평등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일이다. 애초에 국정조사권은 삼권분립의 틀 안에서 국회가 정부의 잘못을 통제하기 위해 인정되는 권한이다. 그런데 이러한 국정조사권이 오남용돼 국회나 대통령의 잘못에 대한 사법부의 통제를 무력화하는 수단이 된다면, 이는 국정조사권의 본질에 반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8조는 그 때문에 ‘계속 중인 재판 또는 수사 중인 사건의 소추(訴追)에 관여할 목적’으로 국정감사 및 조사를 하지 못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국조특위는 이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다.
셋째, 이 전 총장은 현직 검사 40여 명을 증인으로 불러 죄인처럼 추궁함으로써 수사와 재판에 외압을 가한 것을 비판했지만, 그보다 더 본질적인 것이 이런 사안에 대해 국조특위를 구성했다는 사실이고, 더욱이 국회 청문회의 운영이 매우 편향적이고 권위적이라는 점이다. 특히, 최근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수사를 담당했던 박상용 검사를 둘러싼 논란은 법조인들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 사이에서도 비판의 대상이다. 설령 조작기소 혐의가 있더라도 무죄 추정의 원칙이 배제될 수 없는데, 국회 청문회와 법무장관의 직무정지 등이 짜맞춘 듯 이어지는 것은 오히려 의혹을 더 키운다.
민주정치는 법치와 함께 가야 한다. 민주가 없는 법치는 맹목이 되고, 법치가 없는 민주는 브레이크 고장 난 폭주 기관차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삼권분립을 복원하고, 권력의 견제와 균형을 되찾아야 한다. 나아가 승자독식을 배제하고, 분권과 협치가 가능해질 때 민주주의가 올바른 궤도로 진입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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