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희 베이징 특파원

‘축옥(逐玉):옥을 찾아서’라는 중국 드라마가 화제다. 부모를 잃고 돼지를 잡아 살아가는 여주인공 판창위(樊長玉·톈시웨이 분)와 몰락한 귀족인 셰정(謝徵·장링허 분)이 운명처럼 만나고 가짜 결혼으로 엮였다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이 드라마는 중국 드라마로는 사상 처음으로 방영 일주일 만에 한국 넷플릭스 TV 시리즈 부문 2위까지 올랐다.

중국 당국도 처음엔 이를 반겼다. 관영 매체 CCTV는 “전통문화 요소를 효과적으로 결합해 중국 문화의 매력을 드러냈다”며 극찬했다. 그러나 이러한 분위기는 일순간 반전됐다. 중국 인민해방군 계열 소셜미디어 쥔정핑(軍正平)이 “사극 속 화장한 장군은 강건한 기상(陽剛之氣)을 구현하는 데 부족하다”고 남주인공을 에둘러 비판하면서다. “아침 6시 전투에 나서기 위해 새벽 4시에 일어나 화장하는 ‘파운데이션 장군(粉底液將軍)’”이라는 조롱까지 받게 됐다. CCTV의 호평 기사도 어느샌가 자취를 감췄다.

중국의 영화·드라마 등 감독을 담당하는 국가광파전시총국(광전총국)은 급기야 지난 2일 아이치이(iQIYI), 망고TV, 텐센트 등 플랫폼과 영화·드라마 제작사 등 관계자들을 불러모아 ‘드라마의 건강한 미적 기준’과 관련한 좌담회를 개최했다. 광전총국은 “최근 몇 년간 업계 내에서 ‘외모 우선주의’를 추구하는 부정적 경향이 나타나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며 “일부 드라마에서 배우의 과도한 메이크업과 일부 의상 및 소품은 인물의 성격, 극 중 내용과 괴리감이 있어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슷한 시기 중국 관영 매체가 ‘띄운’ 다른 인물은 장쉐(張雪)다. 지난달 열린 월드 슈퍼바이크 챔피언십의 서포트 클래스인 월드 슈퍼스포츠에서 중국 신생 업체 장쉐지처(ZXMOTO)가 이탈리아, 일본 등 전통 강호 기업들의 바이크를 모두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하면서 화제가 됐고, 설립자인 장쉐의 이력이 관심을 끈 것이다. 1987년 작은 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으로 가정 형편이 어려워지자 학교를 중퇴하고 오토바이 수리공 견습생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이후 끊임없는 노력 끝에 성공을 이뤄낸 그의 이력은 “중국이 선호하는 전형적인 서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가난을 딛고 자수성가한 이야기, 이는 중국 당국이 꾸준히 강조해온 가치이기도 하다.

한 가난한 청년의 자수성가 스토리를 칭송할 수 있다. 예쁘장한 장군, 뽀얀 얼굴로 전장에 나서는 장군을 비판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과연 ‘국가’가 나서서 규정하고 개입할 문제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이 같은 생각을 중국인 지인에게 전했더니 그는 “남성의 여성화는 분명 우려할 만한 일”이라고 답했다. 남성이 지나치게 꾸미는 모습이 아이들에게 바람직하지 않은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으며, 이런 흐름이 확산하면 “국가의 미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남자는 바깥일을 하고 여자는 집안일을 한다”는 뜻의 관용적 표현 ‘男主外 女主內’를 알려줬다. 그 역시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워킹맘’이며, 우주비행사를 꿈꾸는 일곱 살 딸을 키우고 있다.

박세희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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