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에너지 시장 고갈 우려

 

美 역봉쇄에 석유 운반 더 위축

JP모건 “이제 공급망 제로상태”

IEA “70년대 오일쇼크보다 위험”

벌써 북해산 포티스 현물가격 ↑

美도 고유가

美도 고유가

13일 미국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카운티의 한 주유소 전광판에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4.09달러로 표시돼 있다. 워싱턴 = 민병기 특파원

세계 경제의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이 13일(현지시간) 오전 10시 물리적으로 봉쇄되면서 1970년대 오일쇼크를 능가하는 ‘에너지 대재앙’ 카운트다운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제에 맞서 이란 항구를 타깃으로 한 역(逆)봉쇄에 착수함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을 경유한 석유류 운반이 더욱 위축됐기 때문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강행으로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4달러 이상이 장기화되면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블룸버그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를 기준으로 미 해군의 호르무즈 봉쇄가 전격 시작됐다. 전쟁 발발 전 해협을 통과한 마지막 유조선들이 이번 주말 호주와 말레이시아 등에 하역을 마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물량이 소진되는 다음 주부터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이 실질적인 물리적 고갈 상태에 진입할 전망이다.

이미 아시아 지역의 원유 도착분은 하루 1340만 배럴에서 400만 배럴 수준으로 70% 이상 폭락했다. JP모건은 “미국으로 향하던 전쟁 전 마지막 화물 역시 이번 주 내 인도될 예정”이라며 “이제 공급망은 사실상 ‘제로(0)’ 상태에 진입한다”고 분석했다. 전 세계 에너지 공급량의 약 20%가 차단된 현 상황에 대해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역사상 가장 큰 글로벌 에너지 안보 위협”이라며 “오늘의 위기가 수년간의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연료 배급제를 초래했던 1970년대 오일쇼크의 파괴력을 압도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공급 절벽이 현실화되자 물리적 원유를 확보하려는 정유사들은 생존을 위해 미국 본토와 북해, 남미 원유 현물을 공격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에너지 애스펙츠는 “아시아가 대서양 분지의 원유를 기록적인 물량으로 싹쓸이하면서 다음 달부터는 유럽과 미국의 정유사들도 원유를 구하지 못해 가동률을 낮춰야 할 처지”라고 전했다.

물량 확보 전쟁은 유가 폭등으로 이어졌다. 14일 기준 북해산 포티스 현물 가격은 배럴당 149달러에 육박하며 2008년 기록했던 역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브렌트유 선물 가격이 100달러 선에 머무는 것과 대조적으로 현물 가격이 치솟는 것은, 돈을 얼마를 주든 당장 태울 기름이 없는 정유사들의 절박함을 방증한다.

이종혜 기자
이종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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